양은 냄비속에 담긴 미역국
생일날 아침, 밥도 먹지 못했다.
9시부터 영양 교사 직무연수 특강이 있어 여유가 없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강의 두 시간 전부터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습관 때문에 겨우 물 한잔 마시고
안동대학교로 이동 중이었다.
진동으로 해 놓은 핸드폰이 드르륵 귀뚜라미 소리를 내며 울린다.
" 어디고???? 집에 없네~~"
상대를 확인하기도 전에 친근하고 빠른 위층아짐의 목소리가 핸드폰 수화음과 함께 들려온다.
으응~~ 자기야 (자기는 위층 아짐에 대한 호칭이다. ㅎ) 강의하러 가는 중이야~~~
언제 오노~~
끝나고 바로 가면 12시에 집에 도착 할끼다..와~~(집으로 바로 안갈낀데..ㅎㅎ)
알따~~~툭 하고 폴더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성격 급하긴...)
무슨 일이지???? 뭔일이라도 있나?? 오늘 근무 아닌강??
짧은 순간 별 생각이 스치고 머릿속을 지나갔지만..강의들어가서는 이내 잊어 버렸다.
강의는 잘 끝났고....휴식과 자유시간을 위해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카메라를 챙겼다.
어디로 갈까????
머리속은 어디로 갈까라는 질문과 함께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목적지를 정하기도 전에 울리는 문자들...
생일 축하한다~~
미역국은 묵었나??
진원아, 점심에 냉면 묵자~~연락 바람..
필요한 것 말해봐라~~
추카추카~~ 생일 축하한데이~~
생일축하~~~(팡파르~~)
퍼뜩 온나???
맞다~~ 오늘이 내 생일이었지~~
어서 오라는 문자를 받고 여행을 떠날 수는 일....여행은 잠시 미루기로 했다.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위층 아짐이 베란다 창으로 기린처럼 목을 길게 빼고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흔든다.
내~려~ 갈~께~~~(목소리 엄청 크다 ㅎㅎㅎ )
어느새 내려왔는지
현관 앞에서 위층아짐이 미소를 짓는다.
" 자~
위층 아짐이 하얗 이를 드러내며 앞으로 내민 것은
케이크와 양은 냄비에 담긴 미역국.
아침밥도 굶었제....암만 바빠도 생일날 미역국은 묵고 다녀야제...
~생일 축하해"
찬 날씨에도 온기가 도는 양은냄새 속에 담긴 미역국에서
가슴 온도보다 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생일날 지인들의 축하는 최고의 만찬이었다.
늦은 아침으로 미역국과 케잌, 점심에 지인들과 냉면을 먹고, 저녁에는 이웃과 가족이 함께 훈제 오리와 피자, 아이스크림 파티를 했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부자다.
나에게 사랑 밭을 만들어 주고 그 위에 사랑을 농사짓게 하는
나의 이웃들..지인들....그리고 가족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2011년 수첩 속지를 사러 갈 것이다.
그 속에 나의 소중한 지인들의 이름을 채울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새해를 맞을 것이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나보다 행복한 사람 있음 나와 보라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