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일상 속으로

양은 냄비속에 담긴 미역국

상아 (常 娥 ) 2010. 12. 29. 00:03

생일날 아침, 밥도 먹지 못했다.

9시부터 영양 교사 직무연수 특강이 있어 여유가 없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강의 두 시간 전부터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습관 때문에 겨우 물 한잔 마시고

안동대학교로 이동 중이었다.

 

진동으로 해 놓은 핸드폰이 드르륵 귀뚜라미 소리를 내며 울린다.

 

" 어디고???? 집에 없네~~"

상대를 확인하기도 전에 친근하고 빠른 위층아짐의 목소리가 핸드폰 수화음과 함께 들려온다.

으응~~ 자기야 (자기는 위층 아짐에 대한 호칭이다. ㅎ) 강의하러 가는 중이야~~~

언제 오노~~

끝나고 바로 가면 12시에 집에 도착 할끼다..와~~(집으로 바로 안갈낀데..ㅎㅎ)

알따~~~툭 하고 폴더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성격 급하긴...)

 

무슨 일이지???? 뭔일이라도 있나?? 오늘 근무 아닌강??

짧은 순간 별 생각이 스치고 머릿속을 지나갔지만..강의들어가서는 이내 잊어 버렸다.

 

강의는 잘 끝났고....휴식과 자유시간을 위해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카메라를 챙겼다.

 

어디로 갈까????

머리속은 어디로 갈까라는 질문과 함께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목적지를 정하기도 전에 울리는 문자들...

 

생일 축하한다~~

미역국은 묵었나??

진원아, 점심에 냉면 묵자~~연락 바람..

필요한 것 말해봐라~~

추카추카~~ 생일 축하한데이~~

생일축하~~~(팡파르~~)

퍼뜩 온나???

 

맞다~~ 오늘이 내 생일이었지~~

 

어서 오라는 문자를 받고 여행을 떠날 수는 일....여행은 잠시 미루기로 했다.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위층 아짐이 베란다 창으로 기린처럼 목을 길게 빼고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흔든다.

내~려~ 갈~께~~~(목소리 엄청 크다 ㅎㅎㅎ )

 

어느새 내려왔는지

현관 앞에서 위층아짐이 미소를 짓는다.

"  자~

위층 아짐이 하얗 이를 드러내며 앞으로 내민 것은

케이크와 양은 냄비에 담긴 미역국.

아침밥도 굶었제....암만 바빠도 생일날 미역국은 묵고 다녀야제...

~생일 축하해"

 

 

찬 날씨에도 온기가 도는 양은냄새 속에 담긴 미역국에서

가슴 온도보다 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생일날 지인들의 축하는 최고의 만찬이었다.

늦은 아침으로 미역국과 케잌, 점심에 지인들과 냉면을 먹고, 저녁에는 이웃과 가족이 함께 훈제 오리와 피자, 아이스크림 파티를 했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부자다.

나에게 사랑 밭을 만들어 주고 그 위에 사랑을 농사짓게 하는

나의 이웃들..지인들....그리고 가족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2011년 수첩 속지를 사러 갈 것이다.

그 속에 나의 소중한 지인들의 이름을 채울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새해를 맞을 것이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나보다 행복한 사람 있음 나와 보라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