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일상 속으로

벚꽃비가 눈물인양 내린다 (2011.4.17)

상아 (常 娥 ) 2011. 4. 17. 22:36

 

 

 

 

오랜만에 밀양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아침마다 전화하시는 어머니는 보고 싶다는 말 대신에

많이 바쁘제 라는 말로 대신을 한다.

 

친정집에 도착했을 때

현관에서 딸을 맞이하는 어머니는

임플란트하시느라

고생이 되셨는지 많이 수축해 보였다.

 

울 막내딸 왔네~~

뜻밖 딸의 출현이 놀라웠는지 반가움이 휘몰아 도는 회오리바람처럼

어머니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우리 어머니 안 본 사이 더 이쁘지셨네....

익숙하게 던지는 말에 어머니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쁘졌다는 말에 설레어 하시는 걸 보면 팔순을 바라보는 어머니도 여전히 여자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밤새 어머니는 딸에게 이불을 덮어 주시느라 잠을 뒤척거리는 듯했다.

가끔 머리카락을 쓸어 주시고 물끄러미 쳐다보시는 듯 하여,

어서 주무시라 말을 하고 싶었지만

눈을 감은 채 어머니의 움직임만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지난밤 깊은 잠을 자지 못했지만, 어머니 곁이라 그런지 힘들지 않게 일어났다.

어머니 부곡 온천갈까요?

기다렸다는 듯이 어머니는 온천욕에 필요한 것들을 챙기신다.

막내딸과 온천욕 나들이가 어머니에게는 행복한 소풍임을 어찌 모를까

 

부곡온천으로 가는 길은 노란 개나리와 화사한 연분홍 벚꽃이 만발했다

내 고요한 심장이 마구 달음질을 친다.  

유난히 벚꽃에서만 눈을 떼지 못하는 어머니는 마음이 벚꽃처럼 부풀어 올라 기분이 좋구나 하신다.

굽이굽이 돌 때마다 길가 벚꽃잎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벚꽃 언어를 뽑아낸다

 

" 벚꽃이 춤을 추네"

" 경아 참 좋다."

 

벚꽃이 흩트러 날려 흩어지자 어머니는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 속으로 젖어드는 듯했다.

화려한 벚꽃의 만개와 하르르 떨어지는 벚꽃 비를 보며 어머니의 눈빛이 간간이 흔들리기도 했다.

어머니의 젊고 화려했던 지난날과 팔순을 혼자 맞이해야 지금을 떠올리시는 것일까?

혹여 떨어지는 벚꽃으로 말미암아 어머니 마음에 작은 서러움이라도 생길까 하여 수다를 떨었지만

어머니의 눈빛은 환희와 서러움과 외로움이 뒤섞여 있는 듯 보였다.

 

화려하게 만개한 벚꽃의 위안도 아랑곳하지않고

여린 몸을 견디지 못하고 작은 바람에도 하염없이 흩날려 떨어지는 벚꽃들이

팔순의 바라보는 어머니 모습인 양 서럽다.

 

나의 어머니...젊은 나이에 혼자되시어...외로운 그 세월을 어떻게 보냈을까 생각하니

내 마음에서 벚꽃 비가 눈물처럼 내린다.  

울 어머니 고운빛으로 오래오래 사셨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