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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치있다고 믿는 일(안동 송현 초등학교 성폭력 예방 교육)
    ──•▶강사의 흔적/강의장에서 2007. 12. 26. 17:13

     

    송현 초등학교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의뢰한 담당선배님은 만만찮은 터프함을 지닌 듯했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명료하고 빠르게 쏟아내는 말투가 매우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주일 전에 특강 날짜를 잡았기에 습관처럼 확인하려고 전화를 했다.

    전화기 건너에서 " 여보세요" 라고 굵고 짧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선생님 안녕하세요. 성폭력 상담소 OOO입니다."

    " 특강 시간이 10시 40분이 맞지요."

     

    말꼬리에 이어 빠르게 대답이 나온다.  

    " 아이고, 10시 40분에 오면 사전 점검은 어떻게 해요."

    그저 확인차 특강 시작 시각을 물은 것인데 10시 40분까지 간다는 것으로 들으신 모양이다.

    " 아니요...저는 30분 전에는 도착을 하구요" 그렇게 이야기를 해놓고 다시 열시까지 학교에

    도착하겠습니다고 말을 수정했다.

     

    " 파워 포인트는 되지요? "  파워 포인트 작동을 재차 확인하는 것은

    학교마다 제대로 작동을 한다고 해서 가보면 기계상의 문제가 생겨 낭패를 당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 몇 번을 물어요" "네 잘 됩니다."

    높낮이뿐 아니라 대답의 빠르기가 용수철 같다.

     

    학교에 열 시 정각에 도착해서 전화를 했더니 강당으로 오시소한다.

    간결하다.

    대부분은 교장 선생님께 인사를 시키고 차 한잔으로 숨을 돌리는데

    중간 과정 생략....

    강당으로 들어서니 담당선생님 " 신발부터 바꾸어 신으셔야겠네! " 하신다.

    높은 굽이라 서 있기 불편할까 걱정이 되어 그러시나 했더니...

    뽀족 굽이 강당 바닥을 상하게 할 것 같아 였다나...에궁 못말려...

    안동의 선생님 답다...ㅎㅎ

    단상 아래에서는 남자 선생님이 파워 포인트 설치에 바쁘다.

    아니나 다를까...이번에는 파워 포인트의 선명도가 낮다.

    글인지 그림인지...에구 어쩌...

    걱정도 잠시...손놀림이 빠른 여자 선생님이 파워포인트의 선명도와 초점을 조절해 주신다.

    샘, 고마버요. ^^*

     

     

    강당으로 아이들이 몰려든다.

    갖가지 색들의 옷들이 풍선처럼 바닥을 또르르 굴러다닌다.  

    3, 4, 5학년이라는데....

    체육관이 아이들로 가득 찼다.

    어림잡아 7백 명은 넘으려나....

    학교 교육에서 가장 힘든 상황이 강당이나 체육관에서 몇백명의 학생들이

    집결했을 때인데....

    걱정은 기우였다. 까만 바둑알 같은 아이들의 눈동자가 시선을 흘리지 않는다.

    질문에도 척척...

    모르는 사람이 친절을 베풀 때 " 싫어요 안돼요" 대답도 잘한다.

     

    특강이 끝나자 매달려오며 질문을 던지는 아이들...

    무거운 노트북 가방을 보고 " 이리 주소" 하시던  담당 선생님...

     

    내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의 행복처럼 나를 행복하게 했던 송현 초등학교 아이들과

    뚝배기 같은 살가움을 전해주던 선생님

    그러한 것들이 내가 보람을 느끼는 일,

    가치 있다고 믿는 일,

    내가 스스로 행복한 일이라 믿는 시간이 아닐까

     

     

     

     

    녀석들....파워 포인트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이야기를 들어주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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