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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큰 할머니와 아래층 할머니 진 애 경 (陳 愛 卿) 아파트 마당은 고즈넉했다. 마당 한 귀퉁이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나무 벤치에 걸터앉았다. 나무마다 잎들이 짙게 물들어 있었다. 손으로 툭 쳤더니 나뭇잎들이 우수수 날렸다. 머리와 어깨에 떨어진 낙엽 몇 장을 책갈피 사이에 끼우고 있으려니, 잠..
여성이 주도하는 미래 사회 그려 강인수 장편소설 《페미토피아》 근래에 부산의 소설가 강인수 선생이 쓴 《페미토피아》가 나왔다. 미래 과학 기술 시대를 그린, 여성이 주도하는 유토피아 소설이다. 작자가 4년 넘게 걸려 쓴 이 소설은 미래학과 과학 기술, 생태 등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바탕에 깔..
연일 폭염주의보가 들려왔다.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신 그해 여름도 끝 가눌 수 없이 비가 험하고 폭염이 지독했다. 상여가 나가는 날은 골목어귀로 갑자기 매지 구름이 불더니 삽시간에 주위가 어두워지고 작달 비가 노드리듯 퍼부었다. 폭우에 장지로 가는 길이 쓸리고 밀려 상여를 실은 차가 장지까..
청하 문학상 시상식 일시: 2007년 11월 17일 (토) 오후 2시 장소: 한 출판 문화 회관 강당 문예지: 문예운동, 수필시대 문예운동, 수필시대 대표 성기조 박사님과 이시은 시인 신인상을 받은 전미진 시인과 상아 성기조 박사님과...
한통의 편지. 누구에겐가 예기치 않은 편지를 받게 된다는 어떠한 마음이 들까? 꿈 많은 여고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이라면 예쁜 편지지를 차곡차곡 모으는 재미를 알 것이다. 어떤 필요에 의해 편지지를 모은 것이 아니었지만 예쁘고 고운 편지지가 서랍 속에 가득 찰 때면 소중한 이들에게 소식을 전..
줄 끊긴 이어폰 좀 전에 전화를 주시면서 동행할 아이가 있다 하셨는데, 바로 출발 하셨는지, 차는 마당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4층 계단을 급히 내려와 수녀님을 맞았다. 가정폭력상담원을 그만 둔지가 6개월이 지났는데도, 불과 며칠 전에 본 듯 반가웠다. 그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차창..
아버지의 의자 가을이구나.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과 한껏 높은 하늘만 보아도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제 몸 사려 계절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키 작은 단풍나무가 꽃 빛을 닮아간다. 만산��엽도 멀지 않았다. 바람이 창문을 두드린다. 창가에는 들길에서 꺾어 온 가을꽃들이 화병에 얌전히 꽂혀 있다. ..
장애는 선택이 아니다. 불혹을 바라보고 있다. 나이가 주는 안정감과 소중함은 그 자체로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 별 탈 없이 꾸려온 삶이었다. 5월이면 손바닥만한 마로니에 잎을 보며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이야기하고 가을이면 언제나 그랬듯이 무성하던 그곳에 가을 하늘의 노을빛의 절정을 담아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