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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의 외박
    ──•▶문학의 향기/일상 속으로 2006. 4. 8. 17:41

     

     

    둥근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잠을 잘 잤다고 생각했는데 머리가 지끈 거립니다.

    밤새 무슨일이 일어난 것일까?

     

    남편의 전화를 받은것이 지난 밤이었는데

    자고 일어나 보니 옆지기와 닮은 아들만 엄마속으로 파고듭니다.

    아들이 스스로 붙인 별명이 엄마의 껌입니다.

    엄마의 껌이라는 것은 아들이 엄마를 가장 사랑하는 가장 친근한 표현입니다.

    가끔 엄마가 죽으면 껌도 같이 가는거지 라는 표현을 쓸때는

    이유없이 눈물이 쏱아집니다.

    겨우 1학년 아이가 무엇을 알아 죽음에 대한 표현을 쓸까싶어

    목에 돌덩이가 걸린듯 뻐근합니다.

     

    아들때문에 옆지기를 잠시 잊었습니다.

    엥!

    옆지기는 어제 외박을 한것입니다.

    비공식적으로 말이지요.

    남편의 외박보다 오늘 큰집 결혼식이 있어

    서울 계시는 형님도 동서도 모두 내려오는 날인데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큰일이라는 생각 때문에

    입에서 밥알이 뎅구르르 돌기만 합니다.

     

    친밀한 음악소리가 울립니다.

    아버님의 전화입니다.

    아버님은 며느리에게 전화를 할때는 집전화를 쓰지 않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아버님의 전화 알림은 멀리서도 금방 알수있는

    음악입니다.

     

     

    " 목욕 갔습니다."

    남편이 일어났느냐는 이야기에

    며느리의  거짓말입니다.

    외박을 했다고 했을시 어른들의 반응을 보지 않아도 너무도 잘 아는 것이기에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해놓고

    반성을 하지 않는 며느리는 대한민국에 저 뿐일 것입니다.

     

    아이들의 준비시키고 결혼식장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다행이 남편은 시간에 늦지 않고

    무사히 도착해 어른들의 꾸지람은 피했습니다.

     

    건망증인가 봅니다.

    옆지기는 어제 분명 초등학교 친구들이랑 함께 있어

    집으로 가지 못할것 같은데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며

    공식적인 외박을 주장합니다.

    기억이 가물거리니...

    그러고 보니 방송 청취중에 전화를 받으며

    무심하게 네네라고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대한민국 아짐의 건망증.

    오 마이갓 입니다.

     

    머리가 또다시 지끈 거립니다.

    무의식적 걱정이 몸을 통해 해소를 하려고 하나 봅니다.

    길게 낮잠을 잤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두통약과 책한권. 그리고 전복죽이

    식탁위에 놓여 있습니다.

    미안 하다 미안하다. 죽 그릇에서 미안하다라는 남편의 말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황사보다 더 탁해졌던 마음이 어느새 말쑥한 모습으로

    남편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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