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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고래잡이와 초밥사랑──•▶문학의 향기/일상 속으로 2012. 2. 6. 23:15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했던가?
솜털이 뽀송뽀송하던 아들이, 며칠 전 남자가 되는 첫 단계 성숙을 경험하고 왔다.
포경수술~~일명 고래잡이 신고식...
초등학교 6학년에 고래를 잡았다고 하니...
이웃 아짐은 지나가는 말로 " 좀 늦었네~~" 라고 했지만...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요즘은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포경수술을 하면 통증을 못 느낀다고 하여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아기에게 포경수술을 해준다고 한다.
말을 못할 뿐이지 고통을 못 느끼는 것은 아닐 텐데...
생각만 해도 고통스러워하는 갓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그래서 울 꼬맹이에게는
포경수술이 부모의 결정에 의해서가 아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여 녀석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아빠와 수술을 하러 간 아들이
오전을 다 보내고 집으로 왔다.
수술을 끝내고 현관을 들어서는 아들의 걸음걸이가
뒤뚱뒤뚱~~서툰 펭귄을 걸음걸이처럼 우스꽝스러웠다.
그러나 생살을 잘라내었는데..얼마나 아팠을까 생각을 하니 안쓰러웠다.
고생했다 장현짱~~하며 눈을 마주치자 "엄마, 배가 고파요" 한다.
그리고 아들의 식욕이 다양한 메뉴로 주문되었다.
수술 후 아들은 엄마,돈까스 먹고 싶어요...한우 구워주세여....초밥이 먹고 싶어요
녀석이 엄마 뱃속에서 있을 때보다 더 많은 먹을 것을 요구하였다.
녀석의 선택 메뉴에 따라 전화수화기가 바빠졌다.
아침을 챙겨주고 간식을 챙겨놓고 연습장에 운동을 갔는데
핸드폰에 녀석의 전화번호가 떴다.
멋찐 장현 왜???? ...
" 엄마, 초밥 먹고 싶어요"
단골 초밥집에 배달을 시켜 놓으라 하고 집으로 갔더니....
초밥 대짜 2개를.....거의 4인분 수준이다.
" 다 먹을 수 있어?"
녀석의 입으로 초밥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울 아들~~복스럽게도 먹는다.
포만감이 녀석의 얼굴 가득 피어 난다.
늦은 저녁시간,
퇴근하는 아빠의 손에 들린 가방....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눈에 익은 가방이다
초밥집 종이가방...
초밥 3인분이 커다랗게 입을 벌린 종이가방에서 얼굴을 내민다.
그것도 장현이가 제일 좋아하는 새우초밥
" 어라~~또 초밥에 손이 간다."
먹고 남은 것은 냉장고에 보관하고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새벽,
주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살째기 방문을 열어보니
초밥삼매경에 빠진 아들의 입이 오물거린다.
초밥이 저리 맛날까~~~~~
울 아들의 초밥 사랑을 누가 말려~~
근데 고래를 잡고나면 입맛이 땡기는 것 맞나여???
궁금혀~~궁금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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