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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
그대가 있음으로 - 박성준 어떤 이름으로든 그대가 있어 행복하다 아픔과 그리움이 진할수록 그대의 이름을 생각하면서 별과 바다와 하늘의 이름으로도 그대를 꿈꾼다 사랑으로 가득찬 희망 때문에 억새풀의 강함처럼 삶의 의욕도 모두 그대로 인하여 더욱 진해지고 슬픔이라 할 수 있는 눈물조차도 ..
내가 웃으면 세상도 웃는다 어느 병원 앞의 게시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전갈에 물렸던 분이 여기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 분은 하루만에 나아서 퇴원하였습니다 또 다른 게시판이 있었습니다. 어떤 분이 뱀에 물렸습니다. 그 분은 치료를 받고 3일만에 건강한 몸으로 퇴원했습니다 셋째 게시..
2010. 1.28 강변에서 두려움에 귀 기울이지 말라 제2차 세계대전 때 용맹성과 '피에 굶주린 늙은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패튼 장군은 언젠가 전투 직전에 두려움을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중요한 전투를 앞두고 두려움을 느낀 적이 자주 있으며, 어떤 때는 전투 중에도 두려움을 느낀..
애인 - 이광수(李光洙) 님에게는 아까운 것이 무엇이나 바치고 싶은 이 마음 거기서 나는 보시를 배웠노라. 임에게 보이고자 애써 깨끗이 단장하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지계를 배웠노라. 임이 주시는 것이면 때림이나 꾸지람이나 기쁘게 받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인욕을 배웠노라. 자나깨나 쉴사이 ..
서양 말에 "독수리는 파리를 잡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독수리는 하늘 높이 날면서 땅위를 두루 살펴 목표물을 정확하게 추적한다. 높은 곳에서 넓게 볼 수 있기에 목표물을 놓침 없이 정확하게 포착한다. 폭풍이 닥칠 때 다른 새들은 바위틈에나 나무 밑에 숨는다. 그러나 독수리는 다르다. 폭풍에 ..
○※ 이 생에 잠시 인연따라 왔다가 ※○ 이번 생에 잠시 인연따라 나왔다가 인연이 다 되면 인연따라 갈 뿐이다. 장작 두개를 비벼서 불을 피웠다면 불은 어디에서 왔는가 장작속에서 왔는가 아니면 공기속에서 왔는가 그도 아니면 우리의 손에서 나왔는가 아니면 신이 불을 만들어 주었는가. 다만 ..
나 늙으면 당신하고 이렇게 살고싶어 가능하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 개울 물 소리 졸졸 거리면 더 좋을꺼야 잠 없는 나 당신을 간지렵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길 풀 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들고 산책 해야지 삐걱 거리는 허리 주욱 펴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둘 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