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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지법, 부부간 강간죄 최초 인정
    ──•▶보도 자료실/성폭력 관련자료 뉴스 스크립 2009. 1. 16. 17:16

    부부간에도 강간죄가 성립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형사5부(재판장 고종주 부장판사)는 16일 필리핀인 아내 V(25)씨를 가스분사기와 흉기로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혐의(특수강간)로 기소된 Y(42) 씨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국과 가족을 떠나 오로지 피고인만 믿고 당도한 먼 타국에서 힘들고 외로운 처지에 놓인 피해자를 처로 맞았으면 마땅히 사랑과 정성으로 따뜻이 보살펴야 함에도, 갖은 고초를 겪게 하고 자신의 부당한 욕구 충족만을 위하여 처의 정당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를 무시한 것은 이해할 수도 용인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비록 늦었지만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피해자 역시 대화와 적절한 의사소통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고소를 취소하여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바라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지난 2006년 8월 결혼정보회사의 소개로 필리핀에서 V씨를 만나 결혼식을 올린 Y씨는 2008년 7월 부인이 생리중이라는 이유로 성관계를 거부하자 흉기로 위협,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1977년 서울고등법원은 사실혼 관계에 있는 부부 사이에서 일어난 강제적인 성행위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이 처음으로 강간을 인정했다. 또한 2004년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아내에 대한 강제추행을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부부간 강제 성행위에 대해 강간죄를 적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Y씨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부 강간죄 인정 두고 논란>

    "성적 결정권 존중" vs "가정 붕괴 촉진"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 "부인의 인격권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고려하면 당연히 부부 사이에 벌어지는 성관계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부부 관계에서 강간죄가 성립되면 다른 목적을 위해 악용될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위기에 처한 가정의 붕괴를 촉진할 수 있다"

    부부간 강간죄를 인정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부부강간을 인정하자는 쪽에서는 '법이 가정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전통적 관념은 시대에 뒤진 낡은 개념이며 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인정하는 게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그런 주장의 근거로 일본을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부부강간을 인정하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유엔인권위원회도 1999년 한국에서 부부강간이 범죄로 인정되지 않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등 부부간 강간죄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구시대적 사고라는 것이다. 요컨대 부인을 성폭행하는 문제는 더이상 부부간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는게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결혼은 성관계에 대해 영원히 동의하는 것을 의미는 계약이기 때문에 이를 법률로 처벌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민법상 동거의 의무, 즉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배우자의 성관계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논거로 들고 있다.

    또 부부 강간죄가 성립되면 이혼이나 보복, 재산분할 등의 목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고 남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할 뿐만 아니라 위태로운 상태의 가정을 화해시키기 보다는 붕괴로 몰아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사단법인 부산여성의전화 오영란 대표는 "부부간의 일을 사소한 가정사로 취급하는 구시대적 통념 때문에 부부강간죄 도입이 무산돼 왔지만 이번 부산지법의 판결로 강제적인 부부간 성관계를 폭력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환영했다.

    이런 논의는 2005년 5월 열린우리당 의원 18명이 배우자 강제에 의한 성관계를 가정폭력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한 때 활발하게 진행되기도 했다.

    당시 대한변호사협회는 개정안의 무거운 처벌규정을 문제삼으며 "특수강간죄에 준하는 중한 처벌수위는 부부 재결합이나 원만한 합의, 자녀양육 문제를 풀어가는 것을 불가능하도록 만든다"며 부부강간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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