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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괘방산을 다녀와서
    ──•▶일상 탈출기/산으로 가자 2009. 5. 10. 18:52

    바람 한점 없는 아침..

    아이구..오늘도 무자게 덥겠다야...혼잣말로 궁시렁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작은 녀석이

    '엄마, 산행 가지 말고 나랑 놀자"며 능글맞게 히죽거린다.

    " 그라마 온종일 엄마랑 문제집 풀어야 할건데..."

    말이 떨어지기가 바쁘게 신발장에서 등산화를 내어 놓으며 슬며시 등을 떠민다.

    후후.. 녀석~~문제집이라는 말에 놀랐나보다...

    " 현아, 곶감보다 무서운 것이 문제집이제..."

    씨익 웃는 녀석을 뒤로하고 현관을 나섰다

     

    안동역 광장에는 울긋불긋 화려한 원색으로 치장한 등산복 차림의 산행객들이 꽃 종이 빛을 내고 있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가듯 산행객들의 표정은 상기되어 보였다.

    삼삼오오 청량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오랜만의 기차여행이었다.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차창 밖으로 달아나는 집과 나무들이 오묘한 자연의 신비를 안겨주며

    낯선 지방을 여행하는 흥취에 푹 빠져들게 했다.

    기차는 역마다 섰고, 사람들이 차에 오르고 내렸으며, 계속해서 바뀌는 승객들과 그들의 대화와 냄새는

    때론 삼키기 어려운 알약처럼 쓰고 딱딱하였으며

    때론 가장 아름다운 드라마처럼 슬프고도 감동적이었다.  

    그들이 전해준 이야기는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면역체가 되어 줄 것 같았다.

     

    4시간 남짓 걸려 기차는 안인역에 도착했다.

    우리 일행 외에 내리는 승객이 없는 안인역은 몹시 한산했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구멍가게 만 한 대기실..

    예전에는 많은 이들의 사연을 켜켜이 쌓아내며 역마다 정차하던 완행열차가 숨을 고르던 역이었을 것이다.

     

     

    안인역에서 철로 위를 10분 남짓 걷고 나니 괘방산 입구가 보였다.

    초입은 좁았지만 정상(삼우봉)을 오르는 코스는 비교적 평탄했다.

    길을 따라 올라가는 산행길 옆에는 말간 초록빛 신록이 흩트림 없이 고았으며

    숲 그늘의 짙음은 푸름의 선율이고 낭만이었다.

    눅진한 바람이라도 불어 주었으면 더없이 좋았을 테지만

    숨소리와 땀이 주는 메시지는 작은 성취였다.

    야호! 탄성이 쏟아 내렸다.

     

    산속에 비우고 온 마음 때문인지 하산길은 가벼웠다.

    괘방산 산 아래로 산행객들이 오롯이 모여들고

    우리를 태우고 갈 버스가 산행객들을 태우고 정동진역으로 향했다.

     

    쉬익쉬익거리며 정동진 승강장으로 기차가 들어서고

    기차 속으로 괘방산의 여운과 열정을 담아온 산행객들이 기차 속으로 밀려 들어갔다.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 기차속에

    괘방산의 봄도 내 발끝에 매달려 기차에 몸을 실었다.  

    티끌보다 작은 존재로 다시 시작하기를 다짐했던 괘방산 산행....

    나는 맨 처음 씨앗의 마음되어 일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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