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제발 내 소원 하나 들어줘. 연희, 찜질방 일 그만두게 해줘.”
인기 주말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에는 이런 삼각관계가 등장한다. 아내, 남편, 그리고 그 남편과 함께 일하는 아내의 친구, 연희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친구와 서로 정서적으로 의지하며 자신보다 자신의 친구와 더 마음을 주고받는데 몹시 괴롭다.
불안함에 아내는 급기야 남편에게 이렇게 간절하게 부탁한다. 친구 연희가 일을 그만두게 해달라고. 하지만 남편은 그런 아내를 이해하지 못한다. 남편은 자신이 아내의 친구와 불륜을 저지른 것도 아니라 당당하다. 그래서 자신의 아내가 못마땅하기까지 하다.
● 보편적 이론으로 설명 안 되는 일부 남성
드라마 내용은 여성과 남성이 서로 다른 질투 양상을 갖는다는 점이 드러나 있다. 남성은 배우자의 성적 불륜에 대해 최고의 질투심을 느끼는 반면 여성은 배우자의 정서적 배신에 더 발끈한다는 것이다.
왜 여성과 남성은 질투 양상이 이렇게 다른 걸까. 최근 이 의문에 대한 새로운 이론이 등장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떤 종류의 애착을 갖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안정형 애착을 가진 사람은 정서적 부정을 최고의 부정행위로 생각한다. 반면 배척형 애착은 성적 부정을 더 중요시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남녀의 서로 다른 질투 양상에 대한 보편적인 설명은 진화에 근거를 두고 있다. 남성은 자녀가 정말 자신의 자녀인지를 확신할 수 없다. 때문에 오랫동안 남성은 배우자의 성적 부정에 대해 최고의 질투심을 갖도록 학습이 되었다.
반면 여성은 자녀를 키우는데 배우자가 도움을 줄 것인지가 중요한 관심사였다. 그래서 남편의 마음이 자신에게 있는지 아니면 다른 여성에게 있는지에 촉각을 세우게 되었다.
● 애착 유형, 배척형 VS 안정형
하지만 이런 설명으로도 풀리지 않는 점이 있다. 남성이 여성보다 성적 부정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기긴 하지만 모든 남성이 그런 건 아니라는 점이다. 일부 남성들도 여성처럼 정서적 배신에 대해 가장 큰 상처를 받는다.
왜 그럴까.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심리학자 케네스 레비(Kenneth Levy) 교수는 이 점이 궁금했다. 그런 그는 뭔가 다른 게 있다고 생각했다. 레비 교수는 그동안 인간관계의 애착에 대해 연구해 왔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애착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닌가 추측했다.
그는 ‘질투의 애착 이론’을 세웠다. 이 이론에서는 2가지 애착 유형이 등장한다. 배척형(dismissive)과 안정형(secure)이 바로 그것이다.
배척형 애착을 가진 사람은 자신을 매우 독립적인 인간이라고 묘사한다. 이들은 사람간의 돈독한 관계보다는 자신의 독립을 훨씬 더 중요시한다. 안정형 애착을 가진 사람에겐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사람들 간에 서로 의존하는 데에 편안함을 느낀다.
레비 교수는 안정형 애착을 가진 사람은 정서적 배신에 더 신경 쓰는 반면 배척형 애착을 가진 사람은 성적 부정에 더 질투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 남녀보단 애착 유형이 더 잘 설명돼
자신의 이론을 확인하기 위해 레비 교수팀은 400명 이상의 대학생들을 모았다. 연구팀은 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애착 유형에 대한 표준 검사를 실시했다. 이와 함께 정서적 부정과 성적 부정 간에 어떤 것에 더 스트레스를 받는지 물었다.
조사 결과는 레비 교수의 가설을 뒷받침해주었다. 배척형 애착의 남성은 성적 부정을 더 나쁘다고 생각하는 반면 안정형 애착의 남성은 정서적 부정을 더 안 좋게 보았다. 흥미롭게도 여성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레비 교수는 “여성이냐 남성이냐 보다는 어떤 유형의 애착관계를 갖느냐에 따라 질투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레비 교수는 “애착은 아기 일 때 부모와의 관계에서 형성되어 평생 동안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성적 질투심이 너무 심한 경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른일 경우 안정형 애착을 갖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 연구는 ‘심리과학지(journal Psychological Science)’ 최신호에 게재됐다.
박미용 동아사이언스 객원기자 pmiyong@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