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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녀 질투차이는 진화론의 산물? No!… “성별보다는 개인차”
    ──•▶심리 자료방/상담, 심리, 다양한 연구결과 2010. 4. 25. 15:13
    수백만 년 동안 남성에게는 끊임없이 제기되는 남모를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내 짝이 낳은 자식이 내 자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다. 인간은 체내수정을 하기 때문에 일부러 검사를 해보지 않는 한 아이가 자신의 자손인지 남성은 알기 어렵다. 여성은 자기 배로 낳은 자식이기 때문에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부권(父權)은 늘 불확실하다. 따라서 ‘뻐꾸기 아빠’가 되지 않으려는 남성들은 여성의 성적 부정에 심한 질투를 느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성이 자기 짝의 육체적 불륜에 가장 큰 질투심을 느낀다는 연구결과는 꽤 알려져 있다. 

    남녀의 질투 차이는 진화론의 산물

    남성은 아내가 정절을 깨는 성적 불륜에 분노를 느끼는 데 비해, 여성은 남편이 다른 여성에게 정서적인 친밀감을 보이는 감정의 배신에 대해 더 크게 분노한다. 한마디로 여성의 질투와 남성의 질투가 다르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질투의 역사는 100만년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류가 아프리카의 평원에서 생존을 위해 싸울 때 질투의 씨앗이 싹텄다고 설명한다. 남성은 열대의 초원에서 목숨을 걸고 사냥한 맹수의 고기를 다른 씨의 아이가 먹는 ‘낭비’를 막기 위해 아내의 간통을 지속적으로 감시했다. 또 여성은 남편이 다른 여성에게 마음을 빼앗겨 음식 공급이 끊기는 것을 방지하려고 늘 주위를 살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원시시대에 남녀는 생존을 위해 각기 다른 압박감을 가졌고, 이것이 뇌에 누적된 결과 지금처럼 남녀의 질투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남성은 배우자가 간통을 할 때, 여성은 남편이 다른 여성에게 마음을 빼앗길 때 더 질투심을 느낀다는 것이다.

    ▲ 일러스트 한규하
    미국 텍사스대학의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부스 교수는 이를 남녀의 번식 전략 차이로 설명한다. 흔히 남자가 부정을 저지른 아내에게 강한 욕정을 느끼는 이유는 아내를 오르가슴에 도달하게 해 자궁 속의 다른 남자의 정자를 따돌리고 먼저 수정을 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유전자는 퍼뜨리지 못하고 남의 자식을 길러주는 뻐꾸기 아빠 신세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여자는 임신 기간 그리고 출산 뒤에도 오랫동안 남자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여성은 배우자가 다른 여성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겨 이른바 재정적·육체적 보호막이 자신의 아이에게서 다른 아이에게로 옮겨갈까 봐 예민하게 반응한다. 여자들이 배우자의 감정의 배신에 더 발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술집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고 이혼을 요구하는 여성은 별로 없다. 여성은 남편이 성적 부정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정말 그 여자를 사랑해?” 하고 반복 확인하고는 용서해 주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남편의 두 집 살림은 절대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애착 유형의 새 이론, 진화론을 뒤집다

    그런데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다른 새로운 ‘애착 유형’의 이론이 등장해 이같은 진화론 쪽의 설명을 뒤집었다. 대부분의 남성은 여성의 육체적 불륜에 훨씬 더 강한 질투심을 느끼지만, 일부 남성들은 여성처럼 배우자가 다른 남성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감정의 배신에 가장 큰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성적인 이유 때문에 동거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떤 여성들은 동거인이 다른 사람과 섹스하는 경우 남성보다 더 괴로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우 진화론의 설명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이에 대해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심리학자 케네스 레비(Kenneth Levy) 교수는 ‘질투의 애착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배척형(dismissive)과 안정형(secure)이라는 두 애착 유형이 있는데, 이 가운데 어떤 애착 유형이냐에 따라 사람과의 관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즉 여성이냐 남성이냐보다는 애착 유형이 배척형이냐 안정형이냐에 따라 질투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 이런 그의 연구는 미국의 ‘심리과학지(journal Psychological Science)’ 최신호에 게재됐다.

    일반적으로 안정형은 친절하고 충실하여 상대방의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특성이 있다. 또 정직하고 상호간에 연대가 잘 되는 사람들이다. 특히 인간 관계를 중요하게 여겨 모두가 잘 어울릴 때 가장 편안해하고, 논쟁이 발생할 때 가장 실망한다. 때문에 안정형 애착을 가진 사람은 남녀 누구나 성적 부정 이전에 정서적 부정을 최고의 부정행위로 생각해, 감정의 배신에 더 신경을 쓰고 질투를 느낀다.

    반면 배척형 애착을 가진 유형의 남자와 여자는 사람과의 돈독한 유대 관계보다는 자신의 독립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상호간에 연대가 잘 안 돼 모두가 잘 어울릴 때보다는 스스로 독립된 생활을 할 때 더 편안함을 갖는다. 때문에 배척형 애착을 가진 남녀는 다른 상대에게 친밀감을 보이는 정서적 부정보다는 배우자가 다른 상대와 직접 육체적 관계를 맺는 성적 부정에 더 질투를 느낀다는 것이 레비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성적 질투심이든 정서적 질투심이든 너무 심한 질투심은 갖지 않는 게 좋다”고 충고한다.
     
    질투는 남녀 관계 지켜주는 경계경보 역할 

    심리학자들은 심한 질투심은 경계해야 하지만 상대의 질투심을 살짝 자극하는 것은 오히려 시들해진 남녀 관계를 뜨겁게 하는 묘약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질투가 본능적 경계심의 스위치를 켬으로써 진짜 위험한 상황을 예방하는 ‘경계경보’ 역할을 해 남녀 관계를 공고히 하는 접착제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이 남성의 질투를 살짝 자극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배우자가 보는 가운데 다른 남성에게 웃는 것이다. 보통 남성들은 낯선 여성의 웃음을 성적인 관심으로 받아들이는 편견을 갖고 있다. 이를 역이용하여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에게 살짝 미소를 던질 경우, 당신의 남편은 그날부터 당신을 보호할 경계경보에 들어갈 것이다. 약간의 질투, 그것은 부자연스럽지도 부도덕하지도 않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 과학칼럼니스트 김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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