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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속 화성남자 VS 금성여자
    ──•▶심리 자료방/상담, 심리, 다양한 연구결과 2011. 1. 9. 23:28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당초 책 제목이었다.

    남자와 여자가 애초부터 다른 행성에서 온 것이므로 서로 다른 생각과 사고방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전제로

    남녀 간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책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는 남녀 간의 차이를 나타낼 때 쓰는 대명사가 되었다.



     

     

    ▲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남성과 여성의 뇌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마치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듯 남성과 여성의 뇌가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남자와 여자는 다른 행성에서 온 것처럼 그토록 다를까?

    그동안 과학자들은 그 답을 성호르몬과 사회적 압력으로 풀어내려고 해왔다.

    남녀의 뇌가 동일하다고 과학자들이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 믿음이 도전을 받고 있다.

    과학자들이 남녀에 따라 뇌의 구조나 기능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남자와 여자의 뇌가 서로 다른 유전적 배경에서 만들어진다는 연구결과도 등장했다.

    이렇게 되자 과학자들은 인간에게 한 가지 뇌 종류가 아니라

    화성과 금성으로부터 온 두 종류의 뇌가 존재한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겉보기 같아도 속은 다르다



    물론 과학자들이 남성과 여성의 뇌가 완전히 동일하다고 생각해왔던 것은 아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뇌가 약 10∼15퍼센트 정도 작을 뿐 아니라

    뇌의 특정 부위에서 남성과 여성이 다르다는 점도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1966년, 미국의 과학잡지 Scientific America에는

    “뇌에서의 성적 차이”(Sex Differences in the Brain)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당시 연구들을 정리해 놓았는데, 여기에서 시상하부가 남녀의 뇌에서 차이가 난다고 소개했다.

    단지 호르몬 생산을 조절하고 음식 섭취와 같은 기초행동을 통제하는 시상하부(hypothalamus)만이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고 말이다.



    시상하부에 국한되어 있는 남녀 간의 뇌 차이는 2000년대 들어 완전히 무너졌다.

    2001년 하버드 의대의 질 골드스타인 교수 연구팀이 남녀의 뇌에서 분명한 차이를 발견하면서 말이다

    (Cerebral Cortex, 2001 vol 11, p490-497).



     

    ▲ 2001년 하버드 의대 질 골드스타인 교수는 남성과 여성의 뇌가 부위별로 크기가 다르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왜 이전에는 그 사실을 몰랐을까?  ⓒHarvard Univ.

    골드스타인 교수 연구팀은 MRI를 이용해 건강한 남녀를 대상으로 45개의 뇌 부위를 측정해 크기를 비교했다. 연구에 따르면, 의사결정과 문제해결력을 담당하는 대뇌의 전두엽(frontal lobe)이 여성이 남성보다 컸다. 또한 감정을 조절하는 번연피질(limbic cortex)이라는 부위도 여성이 남성보다 컸다. 이 외에도 여성이 단기기억과 공간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이 여성보다 더 큰 부위는 정수리에 위치한 대뇌피질인 두정엽(parietal cortex)과 대뇌 편도체(amygdala)이었다. 두정엽은 감각기관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고 공간을 인식하는 일을 담당하고, 편도체는 감정과 사회적, 성적 행동을 조절한다.



    같은 것 봐도 뇌는 다르게 작용



     

    이렇게 남녀 간에 뇌의 크기가 다르다는 사실은 기능적으로 다른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의미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 주립대학의 뇌과학자 래리 카힐 교수는

    남녀에 따라 뇌의 특정 부위가 어떻게 다르게 쓰이는지에 대한 증거를 발견하기도 했다.



    2001년, 카힐 교수는 여성과 남성에게 기분을 우울하게 하는 감정적인 내용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런 다음 그들에게 본 것을 회상하도록 요청했다.

    이때 뇌영상장비로 여성과 남성의 뇌를 촬영했는데, 남녀 모두에게서 편도체가 활발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남성은 편도체의 오른쪽 부위가 더 활발하게 작용하는 반면,

    여성의 경우에는 반대로 편도체의 왼쪽 부위를 주로 사용하는 차이가 있었다.

    게다가 남성과 여성은 각각 보았던 영상에서 다른 면을 회상했다.

    남성은 요점을 얘기하는 반면, 여성은 구체적인 부분에 관심을 나타냈다.

    이는 여성과 남성의 뇌는 감정적인 사건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한다는 얘기이다

    (Neurobiology of Learning and Memory, vol 75, p1-9).



    빨강머리 앤은 통증 더 많이 느낀다

    ▲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빨강머리 앤처럼 머리카락이 빨간색을 가진 여성은 남들보다 통증에 더 시달린다. 빨강 머리를 가진 여성의 경우, 뇌에서 통증을 억제하는 물질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어쩌면 통증을 억제하는 뇌 회로에도 이 논리가 통할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만성 통증에 대한 고통을 더 많이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남성보다 여성이 병원을 더 많이 찾는다는 사실이 이 점을 뒷받침해준다.



    왜 여성이 남성보다 만성 통증에 더 시달리는 것일까? 2003년, 캐나다 맥길 대학의 제프리 모길 교수는 여성과 남성이 통증을 억제하는 뇌 회로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발견해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모길 교수는 통증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쥐의 뇌 부위에 있는 뉴런에서 특정 수용체를 차단시켰다. 이 수용체는 NMDA라는 것인데, 모길 교수는 이 수용체가 수컷 쥐에게 통증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수용체가 암컷의 통증을 억제하는데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이를 통해 모길 교수는 여성의 통증 억제에는 어쩌면 성에 관련된 유전자가 관여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머리카락과 피부의 색깔을 결정하고, 통증을 억제하는 뇌 부위에서 보이는 Mc1r이라는 수용체에 대한 유전적 변이를 조사했다.

     

    이 실험을 통해 모길 교수는 이 유전자가 제대로 기능을 못하는 여성은, 사람이건 쥐이건 통증을 잘 차단하지 못하는 결과를 얻었다. 흥미롭게도 이 유전자가 제대로 기능을 못하는 사람은 머리카락이 빨강색이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빨강머리 앤은 남들보다 통증에 더 많이 시달리는 셈이다. 반면 빨강머리를 가진 남성의 경우에는 통증을 차단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처럼 남성과 여성의 유전적 차이는 어쩌면 남성과 여성이 다른 뇌 구조와 기능을 갖도록 한다고 점을 의미하고 있다.



    뇌연구에서 여성이 배척되었던 이유


    그런데 누군가는 이쯤에서 이런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분명 지난 세기에 과학자들은 뇌를 탐구해왔을 터인데, 왜 이제서야 남녀 간의 차이를 발견해냈을까 하고 말이다.

    그동안 남성 과학자들이 뇌 연구를 주도했던 탓일까? 참고로 질 골드스타인 교수가 여성이다.

    여성이 남녀의 뇌에서 극명한 차이를 발견한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그 이유는 그동안 과학자들이 동물이건 인간이건 웬만하면 남성의 머리만을 탐구했던 탓이다.

    뇌 연구에서 이 같은 성적 차별이 생겨난 까닭은 과학자의 대다수가 남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실험적인 이유 때문이다.

    여성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트로겐이라는 여성호르몬 수치가 월경주기에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기 때문에

    여성의 뇌에 대한 연구는 남성 뇌보다 훨씬 복잡해진다.



    문제는 이제까지 화성 남자에 대한 뇌 연구결과가 금성 여자에게 들어맞지 않다는 데 있다.

    금성 여자는 그동안 자신에게 맞지 않은 화성 남자의 관점에서 다루어지는 고통을 맛보았다.

    예를 들어 여성은 남성에게만 잘 듣는 진통제를 먹어야 했다.

    그러나 21세기는 뇌과학자들이 금성 여자의 뇌를 제대로 이해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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