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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말연시 회식자리 망치는 성희롱 백태
    ──•▶보도 자료실/성폭력 관련자료 뉴스 스크립 2007. 12. 11. 17:31

     

    친목 도모하는데 스킨십은 왜 해?

    연말이 다가오면서 망년회, 송년회 등 술자리가 늘어나게 마련이다.

    이 같은 연말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회식자리 성희롱’이다.

    많은 직장여성들은 술이 과해지기 마련인 연말회식자리에서 봉변을 당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일반적인 회식자리가 아닌 망년회라는 타이틀이 붙는 탓에 빠져나가기도 쉽지 않다.

    설사 성희롱을 당했다 해도 연말의 들뜬 분위기를 망쳤다는 수근거림을 들을까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회식자리에 들어서기 전 덜컥 겁부터 먹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요즘이다.

     

    서울에서 한 IT업체에 근무하는 정모(27·여)씨는 12월이 되고부터 걱정이 앞선다.

    언제 망년회 계획이 잡힐 지 두려운 마음에 회사에 나오는 것이 고역이란다.

    유난히 남자직원이 많은 IT업체에서 일하는 탓에 직장 내에서 ‘꽃’으로 불리며

    짙은 성적농담을 감수해내야 했던 정씨.

    이런 정씨에게 회식자리는 언제나 피하고만 싶은 시간이다.

    더군다나 지난 달 있었던 회식자리에서 같은 부서의 부장에게 봉변을 당해 연말회식이 더욱 꺼려진다.

    지난 달 술자리에 이어 2차로 갔던 노래방에서 부장은 정씨에게 브루스를 출 것을 제안했다.

    정씨는 내키지 않았지만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엉덩이를 뺀 어색한 자세로 춤을 추던 부장은 분위기가 무르익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정씨에게 몸을 밀착했고 허리를 감싸오기 시작했다.

    정씨는 불쾌한 마음에 부장을 밀어냈지만 부장은 정씨의 귀에 대고 바람까지 불어 넣으며

    한껏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빠져나갈 구멍만 살피던 정씨.

    결국 다른 직원들이 부장에게 노래신청을 하면서 지옥 같은 시간에서 벗어났다.

     

    이처럼 회식자리에서 성희롱을 당한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 정씨에게 연말의 회식자리는

    그야말로 고역인 것. 이 때문에 ‘언제 벽에 붙은 일정표에 ‘연말회식’이란 글씨가 써질 까’ 하는

    두려운 마음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연말 회식 걱정에 사로잡힌 직장여성은 비단 정씨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여성 직장인 7백6명을 대상으로

    ‘회식자리에서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63.7%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중 6명 가량이 함께 일하는 직장상사 또는 동료에게 몹쓸 짓을 당한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회식자리에서 행해지는 성희롱은 그 유형도 가지각색이다.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성희롱 유형은 손잡기, 어깨동무 등 불필요한 신체접촉이다.

    술집이나 노래방 등에서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한다는 핑계를 만들며 여자직원 가까이 다가가

    신체를 접촉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

    이때 여성이 눈살을 찌푸리거나 남성을 밀어내는 등의 행동을 하면

    여성에게 비난의 화살이 날아오게 마련이다.

    많은 남성들은 “친밀감을 표현한 건데 왜 그렇게 유별나게 구냐”는 식의 반응을 보여

    성희롱을 당한 여성만 ‘유별난 여자’가 되는 것.

    특히 상대가 상사일 경우 업무상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

    또 흔히 술자리에서 행해지는 성희롱은 여자직원에게 술을 따르라고 요구하는 행동이다.

    많은 남성들이 ‘술은 장모라도 여자가 따라야 제 맛’이라는 모토를 내걸며

    여자직원이 술을 따르는 것을 당연시 하고 있다.

    때로는 윗사람에게 술을 따르기 편하도록 윗사람의 자리 옆에

    여자직원의 자리를 비워놓는 배려(?)를 하기도 한다.

    짙은 성적농담 등 언어성희롱도 회식자리에서 흔히 일어난다.

    그 중에서도 외모를 비하하거나, 칭찬으로 위장한 성희롱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다리가 잘 빠져서 짧은 치마가 잘 어울린다”, “가슴이 커서 파인 옷을 입는 게 좋겠다” 등

    외모를 칭찬하는 듯 하지만 수치심을 안길 수 있는 성적농담들이 술자리에서 거침없이 오고가고 있고

    성희롱의 대상이 된 여자직원뿐만 아니라 옆자리에 앉아 무언의 비교를 당하는

    또 다른 여자직원들도 불쾌한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와 같은 언어 성희롱은 회식자리가 아니라 대낮 직장에서도 수없이 오고가는 것이 현실이다.

    파인드잡(www.findjob.co.kr) 이 직장인 1천4백4명을 대상으로

    ‘언어성희롱과 같은 간접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는가?’라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35.6%(4백99명)이 ‘있다’고 답했다.

    ‘간접성희롱을 당한 경우 어떻게 대처했느냐’는 질문에는

    전체의 35.8%가 ‘비슷한 수위의 농담이나 시선보내기’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어 ‘상대에게 직접적으로 기분이 나쁘다고 표현했다’ (26.4%),

    ‘이번만 그러려니 생각하고 참아 넘긴다’(22.2%),  ‘동료 혹은 상사에게 이야기 한다’(12.8%)로 나타났다.

    그러나 ‘회사 내 성희롱 고발센터에 고발한다’(0.6%), ‘노동부 등 외부단체에 호소한다’(0.4%) 등의

    적극적인 대응방식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어떤 종류의 간접성희롱을 많이 겪었느냐?’라는 질문에는

    ‘외모나 신체 등의 비하발언’(40.4%) 이 가장 많다고 조사됐고 이어 여성이나 남성 등

    성별에 치우친 성차별적 발언이 34.8%,

    가슴 등 상대의 시선이 고정되어 수치심을 느꼈던 ‘시선성희롱’(17%)순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많은 여성들이 회식자리에서 말로 인한 성희롱을 당하고 있지만

    가해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남성들은 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지 않는다.

    많은 남성들이 신체를 접촉하지 않으면 성희롱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다.

     

    서울대 사범대학원 하혜숙 박사가 서울과 수도권 및 경상 전라 충청도 소재 7개 대학교

    남학생 6백11명과 여학생 9백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언어형 성희롱의 경우 여학생들은 성희롱으로, 남학생들은 성희롱이 아니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밖에 억지로 술 마시기를 권유하는 것도 성희롱의 범주에 속한다.

    회식문화가 많이 바뀌어 잔을 돌리는 등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하는 분위기도 사라지는 분위기지만 망년회 술자리의 경우 “이런 날은 마셔줘야지”라는 분위기가 고조되는 일이 많아 억지로 술을 마시는 일도 잦아진다. 따라서 이에 따르는 불쾌감을 느낄 소지가 다분한 것이 연말연시의 회식자리다.  

    이처럼 회식자리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성희롱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그러나 직장여성의 대부분이 이에 소극적인 대응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람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 직장인들은 성희롱을 당한 후

     ‘그냥 참거나’(51.3%) ‘동료에게 털어놓는’(23.3%) 등의 대응을 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사과를 요구하거나 그 자리에서 직접 사과를 요구한 경우는 10%에도 미치지 않았다.

    한편, 회식자리에서 성희롱이 없어지기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조치로

    27.3%의 직장여성이 ‘깔끔한 회식분위기조성’을, 26.2%의

    직장여성이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꼽았다.

    지난 1년을 돌아보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자는 취지에서 직장마다 계획하고 있는 연말연시회식.

    무심코 행해지는 성희롱은 남녀 간을 가로막는 벽만 높일 뿐이다.

    <일요시사 김봄내기자ㅣ스포츠서울닷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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