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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방과후 TV 만화영화 사이에 "어린이성폭력예방노래"반복 상영 캠페인~
    ──•▶보도 자료실/성폭력 관련자료 뉴스 스크립 2008. 3. 2. 19:02
    나는 20년 이상을 미국에서 살며 학생시절을 거쳐 성장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지금은 한국 학교에서 교사로 7년째 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양국간에 교육제도와 문화가 매우 다르다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특히 학교나 교육기관에서 성희롱과 성폭력 문제를 어떻게 규정하고 처벌하는지, 더 넓게는 학교와 교사들이 성폭력 예방교육을 어떻게 실시하고, 교사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는지에 있어서는 너무도 확연히 다른 점을 목격하곤 한다.

    신체접촉 절대 허용하지 않는 미국 교육기관

    사례를 하나 들자면, 내가 다녔던 뉴욕의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은 내가 졸업하고 나서 몇 년 후에 일을 그만두어야 했다. 학생의 팔을 세게 잡아서 멍을 남겼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것이었다.

    © 정은
    교사와 학생 간의 신체적 접촉에 대해서도 이유를 불문하고 허용하지 않는 ‘제로 용인’(zero tolerance, 엄격히 적용하여 정상 참작이 일절 없음)을 적용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부적절한 육체적 접촉이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zero tolerance)을 아주 어린 시절에, 특히 학교에서 교육받는다. 선생님들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학생들에게 ‘접촉 금지!’라는 말을 끊임없이 하셨다.

    그 교육은 말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한국의 교사들이라면 아이들의 단순한 장난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갈 행동들, 가령 학생들이 장난을 치며 손가락으로 엉덩이를 찌르는 행동에 대해서도 심각한 벌을 주었던 것을 기억한다. 장난을 친 학생들은 나머지 학생들이 점심을 먹고 나가서 노는 동안, 점심시간 내내 벽을 보고 서 있어야 했다.

    그 결과 우리는 아주 어린 나이에 이런 메시지를 받았고 이렇게 교육되었다.

    첫째, 누군가를 만지는 것은 아주 민감한 사안이다. 둘째, 누군가를 만지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셋째, 최선의 방법은 사람들을 건드리지 않고 손을 대지 않는 것이다.

    유아기부터 성폭력 예방교육 철저히 받아

    내 경우에는 아동성추행에 대한 TV 캠페인을 보고 처음으로 이런 관념이 성립되었던 것 같다. 이 TV 캠페인은 정부지원 하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최소한 20년 전에 본 캠페인이지만 나는 아직도 그 캠페인 문구를 기억한다. 방과 후에 보는 만화영화 사이에 수없이 반복해서 상영됐기 때문이다.

    후렴구는 다음과 같다. ‘누군가가 여러분이 원치 않는 방식으로 여러분을 만지면 가장 먼저 ‘싫다!’고 말하세요 (싫어요!) 그런 다음 가라고 말하세요 (가세요!) 그리고 믿을만한 사람에게 얘기하세요. (얘기하세요!) 명심하세요, 싫다고 하세요! (싫어요!) 가라고 하세요! (가세요!) 그리고 얘기하세요! (얘기하세요!)’

    그 문구는 몇 년간 텔레비전에 계속해서 방영되었고, 내 나이 또래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재미를 위해, 혹은 지루함을 탈피하기 위해 그 문구를 복창하는 게 유행이 되었다.

    이런 사회에서 교육자들이 학생에게 신체적 접촉을 가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남자교사와 여학생 사이에는 그 어떤 목적을 위한 가벼운 접촉도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문화적 차이일 수 있기 때문에, 성급한 가치 판단을 하고 싶지는 않다.

    성범죄 방치하는 한국의 교육기관

    나는 한국의 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지내며 이곳 학교생활이 익숙할 정도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남자교사들이 여고생의 목이나 어깨를 팔로 두르거나, 안는 것을 보는 일은 매우 불편하다. 하지만 한국에선 아무도 그 상황을 거슬려 하지 않는 듯해서 나 역시 못 본 척 한다. 결국, 나는 외국인이니까.

    지난 주, 미국에선 전직 교사이자 다섯 명의 십대 소년들과 성관계를 가진 앨레나 워드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런 일이 미국사회에서 여전히 발생한다는 점을 보면, 미국사회 교육기관에서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접촉 금지’와 ‘제로 용인(zero tolerence)’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앨레나 워드는 징역 6년(원래는 15년 형을 구형 받았다)을 살게 될 것이며, 다시는 아이들에게 신임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반면, 최근 KBS의 시사 프로그램에서 기획된 “2008 스포츠와 성폭력에 대한 인권 보고서”에서 보고된 사건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감독들이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선수들을 강간하고도 거의 대부분 감옥에 가지 않고, 자신의 명성을 잃지 않은 채 버젓이 살아가고 있었다.

    코칭의 수단으로 강간과 폭력을 사용한다? 피해자는 상처를 받고 가해자는 보호를 받는다? 미국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부분이 다른 지점이다. 미국에서는 성추행이 적고, 한국에서는 성추행이 더 많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성추행과 성희롱 문제에 대한 접근에 있어, 한국과 미국의 교육제도가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성범죄에 대해 미국에선 미디어들이 주요한 이슈로 다루고 있으며, 학교 교육제도에서도 이미 철저한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또, 교육기관에서 교사와 학생 간 신체적 접촉에 대해서는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으며, 성폭력 예방교육이 그저 말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교 일상 전반에서 철저히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번역: 손안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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