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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와 천성, 그리고 인격
    ──•▶심리 자료방/상담, 심리, 다양한 연구결과 2008. 3. 31. 13:46
    주정뱅이 아버지가 있었다. 그는 허구한 날 술에 취해 두 아들에게 행패를 부렸다. 어린 나이 탓에 형제는 매번 무방비 상태에서 아버지의 폭력을 견뎌야 했다. 형제의 마음속엔 삶에 대한 좌절과 원망이 성장과 더불어 쌓여만 갔다.

    세월은 흘러 형제도 성인이 됐다. 아버지의 학대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동고동락한 형과 동생, 하지만 성인이 된 형제가 걸어가는 삶의 여정은 판이했다. 형은 부전자전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술주정을 하며 가족을 괴롭혔다. 반면 동생은 진심어린 마음으로 불우 이웃을 돕는 목자의 길로 나섰다.

    하루는 형제의 유년기를 잘 아는 지인이 형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릴 때부터 그토록 증오했던 아버지의 술주정 행태를 왜 답습합니까?” 형은 대답했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란 내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지 않겠소.”

    지인은 동생을 찾아가 같은 질문을 던졌다.“당신은 주정뱅이 아버지 밑에서 자라 어떻게 성자의 길을 걷게 됐습니까?” 동생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란 내가 어찌 이런 삶을 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동일한 상황에 반응하고 대처하는 방법은 같은 부모, 같은 환경, 같은 성별의 형제 간에도 인격에 따라 정반대로 나타난다.

    정신의학적으로‘인격’은 타고난 기질과 지능, 사회·문화적 환경 등이 복잡미묘하게 작용하면서 발달해 사춘기를 지나면 개성으로 자리 잡는다. 일단 형성된 인격은 매사 일정한 패턴으로 나타나며, 바꾸기 힘든 게 특징이다.

    예컨대 힘든 상황에서 모든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은 다른 종류의 문제에서도 남을 탓한다. 반대로 궂은 일이 생기면 매번 “내 잘못은 무엇이었을까?”라며 자책하는 사람도 있다.

    인격 형성에 교육과 사회·문화적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죄를 저지르고서도 “피해자가 나의 유혹을 쉽게 받아들였기 때문에”라는 식의 뻔뻔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심각한 문제 인격이 형성되는 데는 환경적 요인보다 타고난 품성이 더 큰 역할을 한다는 게 의학계 설명이다.

    실제 보통 인격을 가진 사람이 배고픔에 시달리다 보면 소소한 도둑질을 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연쇄 살인같은 인면수심의 범죄를 저지르긴 힘들다.

    최근 전국민을 경악시킨 소녀 살해범의 범행 배경에 대해 경찰은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범인이 반복 실연 후 생긴 왜곡된 여성관과 남들에게 무시당한다는 자괴감이 끔찍한 범행으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과연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실연자는 이성을 향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높은 것일까. 정신의학자들은 그가 전과 7범의 ‘반복’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였다는 데 주목한다.

    불행한 사람을 피한다고 강력 범죄가 예방되는 건 아니다. 또 흉악범을 보통 사람이 미리 알아차릴 방법도 없다. 기껏해야 범죄 발생 후 주변에서 ‘그러고 보니 좀 특이하고, 이상한 데가 있었다’고 느끼는 정도다.

    범죄 예방엔 불행한 사람에 대한 편견보다 어린이·노약자에 대한 제도적 보호장치와 경찰의 신속·정확한 수사가 해결책인 셈이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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