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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행과 해수욕과 삼림욕까지, 일석삼조의 덕적도 섬 기행 <덕적도 여행>
    ──•▶발길 따라서/서울경기도 2009. 8. 13. 07:12

    산행과 해수욕과 삼림욕까지, 일석삼조의 덕적도 섬 기행 <덕적도 여행>

     

    섬 기행은 익숙한 것과의 작별이다. 육지와 멀어질수록 절연의 감동은 더욱 커진다.
    그런 의미에서 덕적도는 먼 섬이다. 덕적도 해안길을 터덜터덜 걸으며 내 안에 숨겨둔 속내를 하나 둘씩털어놓는 것은 어떨까. 비조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30여 개의 섬 덕적군도에 환호성을 질러보고, 해당화 곱게 핀 서포리 해변을 거닐면서 핑크빛 낭만을 즐겨도 좋다.
    능동 자갈이 들려주는 해조음은 사랑의 밀어처럼 감미로워 하루 종일 들어도 지루하지 않다.
    소야도 등 4개의 섬이 모세의 기적처럼 연결되는 장면은 덕적도 여정이 주는 보너스다.

     

     1 DAY : 비조봉 산길따라 섬과 바다를 감상하는 재미

     

     

    덕적도는 가깝고도 먼 섬이다. 연안부두에서 쾌속선에 오르면 불과 50분 만에덕적도에 닿아 바다 KTX를 타는 기분이 들지만, 2시간 30분이나 걸리는 철부선에 오르면 완행열차가 주는 느림의 미학과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해무에 아른거리는 송도신도시 마천루에 감탄하고, 63빌딩 높이의 인천대교 교각 아래를 지날때면 연신 감탄사를 토해내게 된다. 팔미도 등대와 영흥도 앞바다를 기웃거리며 급기야 이집 저집 마실 다니는 기분으로 자월도, 승봉도, 이작도까지 들렀다 간다. 큼직한 지도 한 장 펼치며 자월도의 장골 해변, 소이작도의 손가락바위 등을짚어보면서 다음 섬 여행을 기약해도 좋을 듯싶다. 여유는 자유와 통한다.
    선실 마루에 대자로 누워 못 이룬 잠을 청해도 좋고, 갑판에 올라소금기 잔뜩 묻은 바람을 쐬어도 좋다.선실 마루에 대자로 누워 못 이룬 잠을 청해도 좋고, 갑판에 올라소금기 잔뜩 묻은 바람을 쐬어도 좋다.
    뱃고동 소리 들으며 덕적도 도우 선착장에 닿으니 1시간 반이나 늦게 출발한 쾌속선이 이미 부둣가에서 여행객을 쏟아내고 있다. 하루 종일 조용한 선착장은 육지에서 배가 들어올 때가 되면 연신 활기를 띤다. 하루에 두 번씩 그런 활기마저 없다면 덕적도의 일상은 무미건조하지 않았을까. 여객터미널 대신‘진리바다역’이란 간판이 진리를 향한 마지막 종착역 같아 마음이 훈훈해진다. 공영버스에 올라 서포리해수욕장까지 내달릴 수 있지만 섬과 친해지고 싶어 일부러 걷는것을 택한다.
    덕적도(德積島), 한자를 풀이하면‘덕을 쌓은 섬’이다. 그렇다면 나는 발자국으로 덕을 쌓으려고 한다. 되도록이면 많이 걷고, 많이 느끼며, 길에서 만난 풀 한포기의 소중함을 깨달을 생각이다. 진하게 풍겨오는 해송향이 박하향이 되어 가슴을 싸하게 적신다. 그 덕에 발걸음도 가벼워져 가뿐히 진리고개를 넘는다. 덕적면사무소에 들러 큼직한 관광안내지도 한 장 얻고 해안가로 달려가니 수령 150년 이상 된 솔숲이 바다를 보듬고 있다. 그 안쪽에 유치원까지 포함한 덕적초중고등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4개 학교가 함께 사용하고 있는 운동장은 비좁지만, 손만 뻗으면 해송 숲이 이어지고 그 너머에 찰진 바다가 있으니 다른 아쉬움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비조봉 등산로는 마을 속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다. 등산로 초입에는 수녀님의 하얀 베일처럼 정갈한 진리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부터 놀면서 쉬면서 천천히 걸어도 정상까지 1시간이면 충분하다. 부엽토로 다져진 등산로는 칸영화제의 레드카펫이 부럽지 않다. 하긴 덕적도에서는 누구나 감독이고 주인공인데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관심과 손길을 많이 받은 바닷가의 귀족 소나무와는 달리 산속의 소나무는 이리 굽고 저리 굽어 섬사람의 고된 삶을 보는 듯하다. 소나무는 나름대로 진한 향내를 내뿜으며 또 다른 덕을 쌓아가고 있는 모양이다.
    등짝에 땀이 흥건히 적셔질 무렵 능선에 닿는다. 오른쪽은 운주봉, 왼쪽이 비조봉이다. 바다의 황홀한 경승을 만나겠다면 마지막 경사로에 온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 드디어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을 비상한다는 비조봉 정상에 이른다. 신나는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 밭지름해수욕장이 발아래 펼쳐지며 그 너머로 소야도, 대이작도, 소이작도, 승봉도, 사승봉도가 스크럼을 짜듯 서 있다. 먹도를 앞에 두고 멀리 수평선으로 시선을 돌리면 문갑도, 선갑도, 각흘도, 백아도까지 30여 개의 덕적 가족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보인다. 동서남북 모두 황홀
    경이어서 어디다 시선을 둬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된다. 비조봉 정상 팔각정에는 고성능 망원경이 있어 강태공의 낚시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으며, 섬 안내 그림판이 있어 요리조리 섬을 짚어보는 재미도 있다. 일몰 때 비조봉은 더욱 빛을 발한다. 서포리해수욕장으로 떨어지는 뜨끈뜨끈한 해넘이는 신이 덕을 쌓은 사람에게 주는 귀한 선물이다. 감투바위를 거쳐 서포리를 하산하는 길은 수평선 위 섬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구간이다.
    등산로 끄트머리 도로와 합류하는 곳, 팔각전망대에 오르면 항아리처럼 편안한 곡선의 서포리해수욕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2km의 긴 해변에는 200년이 넘은 해송 숲이 길게 이어져 있다. 밀가루처럼 고운 해변에는 도발적인 색감의 해당화가 가득 피어 있다. 썰물 때도 물 빠짐이 적고 뻘이 드러나지 않아 가족 해수욕장으로 그만이다. 국민관광지답게 민박집과 펜션, 텐트촌, 족구장, 테니스장, 자전거 대여점이 있어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갯바위에서는 바다낚시를 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주로 우럭과 놀래미가 잘 잡힌다.

     

     

     2 DAY : 파도와 자갈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해조음에 취하다!

     

     

    서포리 해변은 심할 때는 5m 앞 사람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안개가 짙다. 이럴 때 적송이 빼곡한 웰빙삼림욕 산책로를 거닐면 영화 속 몽환적인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수령이 100년 된 적송 800여 그루가 마을을 감싸고 있는데, 걷기 편하도록 목재데크까지 조성해놓았다. 삼림욕은 나무들의 생육이 가장 활발한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하는 것이 좋다. 이때 땀 흡수가 잘 되는 편한 옷차림으로 심호흡과 사색을 번갈아 하면서 숲길을 오가면 마치 자연 보약을 마신 듯한 효과가 있다.
    덕적도 최북단 능동자갈마당까지는 민박집 주인의 승합차를 타고 가거나 도보로 움직여야 한다. 서포리에서 자갈마당까지 도보는 대략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화룡동을 지나 벗개방조제와 안쪽의 너른 들녘에 취해보고 고개를 넘으면 어머니 품안처럼 아늑한 북리항이 나온다. 다시 북쪽으로 방향을 돌리면 바다위로 솟아오른 괴석과 소나무가 잘 어우러진 소재 해변이 유혹한다. 에메랄드 빛바다 속에 올망졸망 몽돌이 훤히 비친다. 경치 좋은 곳에서 갯바위 낚시까지 즐길 수 있어 섬 단골 여행객이 즐겨 찾는 해변이다.
    다시 얕은 고개 하나 넘으면 덕적도 최북단 마을인 능동이 나온다. 이곳부터자갈마당까지는 갈대의 향연이 이어진다. 갈대와 푸른 바다 그리고 자갈이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자갈 해변이라 부르지 않고 투박한 어감인‘자갈마당’이라고 불러 더욱 정감 있다. 해초와 생선을 말리는 마당처럼 느껴져 그런 이름을 지어 주었을까? 매를 닮은 기둥바위가 바다 건너 선미도를 응시하고 있으며, 건너편에는 국숫발처럼 긴 주상절리 바위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파도와 자갈 간의 은밀한 속삭임인 해조음은 하루 종일 들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특히 해질 무
    렵 붉은 노을에 적셔진 자갈밭이 일품인데, 이를 위해 낙조대까지 조성해놓았다.

     


    소야도는 연인에게 바치는 노래인 소야곡 분위기가 나는 섬이다. 덕적도보다 훨씬 때가 덜 타고 섬사람의 인정도 포근해 오래 머물고 싶은 섬이다. 도우 선착장에서 불과 500여m밖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섬 사이를 갈라놓은 바다 물살은 제법 세다. 5분 정도 배를 타고 훌쩍 건너가면 굽잇길이 이어진다. 아리랑을 흥얼거리며 30여 분 길을 걷다 보면 그 끄트머리에 소야마을이 나온다. 포구는 섬 풍경만큼이나 아늑하다. 물이 빠지면 가섬, 송곳여, 물푸레섬 등 4개의 섬이 모세의 기적처럼 이어진다. 생명의 뻘에는 씨알 좋은 조개가 많아 양동이 하나는 금방 캐낼 수 있다. 민박집 마당에서 조개 굽는 냄새 때문에 발길이 자꾸만 더뎌진다.
    한적한 분위기의 떼뿌리해수욕장은 은모래가 길게 이어져 있는데 여름철 핑크빛 해당화가 유명하다. 돌아 나가는 길은 국사봉 등산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600m 정도 쉬엄쉬엄 산을 오르면 국사봉 정상에 닿는다. 이곳에서 나루터까지는 원시림이 우거져 있어 한여름에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시원하다. 푹신한오솔길을 거닐며 야생화를 벗 삼아 한적하게 거닐어볼 만하다. 1시간이면 마을에서 선착장까지 종주 산행을 할 수 있다.

     

     

    참고자료 :  열번째 행성 / 한국여행작가협회 지음 / 『바다, 섬, 도시의 낭만 인천테마여행』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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