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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산 산행을 다녀와서 ^-^
    ──•▶일상 탈출기/산으로 가자 2009. 9. 20. 23:17

     

     

    6시, 기상<<<<<<<<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천정을 향해 날아 올랐다..

    곤한 잠을 깨우는 엄마의 아침 기상 목소리는 실이 달린 바늘같이 뾰족하게

    귀속으로 들어가 고막을 두드릴 것이다.

    녀석들, 아직 한 시간은 족히 더 자야 될 터지만

    새벽에 산악회를 따라 마이산 산행 간다는 말에

    " 엄마 깨워주고 가세요"라며 당부를 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뭉그적 그리더니 이불 속에서 뽀로통하게 얼굴을 내민다.

    엄마, 조금만 잘게요. 일 분만! 네~네~”

    지금 안 일어나면 지각할텐데....엄마 간다이~~~~~~~~~~으름장을 놓았더니...

    그제서야 약속이나 한듯 두 녀석의 돌돌 말린 이불이 비단헝겊 풀어내듯 풀리더니

    녀석들이 온몸을 쭉 펴며 기지개를 켠다.

     

    등산화를 끈을 매며,

    엄마, 갔다올께....식탁에 아침 준비해 놓았다...준비물 다시 확인하고..마스크 챙기고...

    현관을 나서면서도 못 미더워 세세한 것까지

    말이 꼬리를 물고 언어 덤핑 행사라도 하듯 현관 앞에서 종횡무진 한다.

    아이고마...나도 어쩔 수 없는 엄마구나...

    그냥 학교 잘 다녀와 하면 될 것을...ㅎㅎㅎ

     

    차를 두고 출발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동이 트는 아침은 하늘이 쾌청하고 바람 한 점 없어 산행하기에 좋은 날씨였다.

    야호~~~ 날씨 좋다고 신나던 마음도 잠시,

    오늘 가는 산악회가 산을 잘 오르는 남자 회원들이 주축이라

    여자 산행회원이 없으면 어떻하지 걱정이 되어 발걸음이 떼팍떼쭉 옮겨졌다.

    버스가 있는 곳까지 다다르자 여름 산처럼 초록빛 등산복을 입은 여자 회원이 눈에 띄었다.

    다행이다 싶었다.

     

    출발 시각보다 조금 늦은 6시 45분에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이산이 있는 진안으로 버스가 경쾌한 사선을 만들며 달렸다.

     

    세 시간을 달려 마이산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마이산은 서봉(암 마이산) 685m, 동봉(수 마이산) 678m로 소백정맥과 노령정맥의 경계에 있으며,

    동봉과 서봉의 모양이 말의 귀처럼 생겼다 하여 마이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또한 계절에 따라 봄에는 안갯 속에 우뚝 솟은 두 봉우리가 쌍돛배 같다 하여 돛대봉,

    여름에는 수목 사이에서 드러난 봉우리가 용의 뿔처럼 보인다 하여 용각봉(龍角峰),

    가을에는 단풍 든 모습이 말 귀처럼 보인다 해서 마이봉,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인다 해서 문필봉(文筆峰)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등산로 초입은 호젓했다.

    등산객들의 잦은 발길에 닳아 뚜렷해진 산행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했다.

    힘들게 내려가는 절망의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듯...

    산을 오르는 것은 마치 우리네 사는 법칙처럼 느껴졌다.

    아름다운 봉우리를 관망하며 도착한 광대봉,

    고려의 나옹선사가 동굴에서 수련했고, 보우, 무학 스님도 수행을 했다는 고금당,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한 폭의 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정자 전망대,

    그리고 하산길에 머문 크고 작은 자연석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는 탑사,

    마이산 탑사의 흙 절벽을 타고 핀다는 능소화.

     

    나는 산을 오를 때마다 

    “산은 준비한 사람만 받아들이고, 인간의 오만을 용납하지 않는다 " 는 겸손하기를 가르치는 글귀를 담아 간다.

    호흡을 고르지 못해 숨을 헐떡여도

    터들 터덜 힘든 걸음을 내디뎌도

    내 작은 마음의 창으로 본 큰 세상은

    나에게 또 다시 산을 오르게 한다.

     

    탑사의 평상 앞으로 하산길 동행했던 회원들의 무리와 함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 속에 함께 한 회원들의 마음을 담은 소망의 빛 낡은 묵향이 스며 있는듯 하다.

    천년 신비로 소망을 얹어놓은 산...마이산

     

    탑사를 내려오며 소망 하나를 두고 왔다.

    함께 했던 이들이 산에서 세상과 통하는 지혜의 길을 찾아 오기를.....

    다시 마이산을 찾을 때는 이루어진 소망을 대신해 다른 소망을 가져 오겠다는 다짐으로

    마이산 산행을 마쳤다.

     

    산의 하얀 웃음이 님들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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