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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쉬리 언니
    ──•▶발길 따라서/경북,대구 2007. 5. 9. 13:39
     

    쉬리, 마래, 물방울, 혼수상태, 은사시는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의 아이디다.

    작은 녀석이 2살 되는 해, 아들이 지금 9살이니 7년 전의 일이다. 

    아이 둘을 데리고 일을 계속 하는 것이 힘이 들어

    10년 넘게 했던 일을 그만둘 즈음...

    공부하러 오던 학생이 daum에 아이디를 만들어 주었다.

     

    네모 상자... 

    그저 투박스럽게 보이던 네모 상자가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컴퓨터를 본 처음 느낌이었다.

    인터넷을 여는 순간 대인 국에 들어선 소인의 모습처럼 어리둥절하고

    막막한 기분.

    그것도 잠시 작은 네모 공간에 펼쳐진 글과 그림들은 처음 보는 장난감인양

    신기하기만 했다.

    하루 이틀 지나자 작은 상자가 요술 상자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기계치라 컴퓨터를 잘못 건드려 고장이나 나면 어쩌나 하여

    마우스를 누르면서 조바심을 냈고

    마우스의 딸각거리는 소리에도 신경을 곤두세웠는데

    컴퓨터에 적응하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새로 생긴 카페 목록에서 여자들만이란 이름의 쉼터를 클릭해 들어가 가입을 했다.

    독수리 타법으로 제일 먼저 올린 글이 "백련 초를 아시나요?"였는데

    글 아래 줄줄이 달리는 답글...

    기계속에 살아있는 사람이 살고 있다니... 

    그때의 느낌이었다.

    예전에 텔레비전에 사람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작은 상자속에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여

    텔레비전의 부속을 풀어 헤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박장대소하며 웃었는데

    나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금남의 카페.

    여자 회원들이 늘었고

    우리들의 비밀방이 열렸다.

    비밀이라야 남편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가 전부였지만..

    새장속에 갇힌 여자들이 자신의 속을 술술 풀어내며

    깔깔거렸던 기억은 재미라기보다

    생활의 활력소 역할을 하는듯 했다.

     

    우띠...쉬리언니가 황당할때 자주 하는 표현이다.

    쉬리언니는 금남의 카페에서 만난 언니이다.

    언니가 대화방에 들어왔을 때

    얼굴도 모르고 목소리도 들을 수 없었지만

    언니는 분명히 남자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다른 회원들이 금남의 집에 들어온 남자라 생각을 하고

    구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언니의 자리는 확고했다.

    이유없이 밀려나가지 않으려고 깡을 부렸던 언니.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그 당시 쉬리언니 나이 45살.

    쉬리 언니는 카페에서 나이가 제일 많았을 뿐더러

    모든 것에 여유가 있어 동생들이 많이 따랐는데

    서울 갈 기회가 있어 전화를 하면

    언제나 반갑게 마중을 나와 주었던 언니였다.

     

     

    그리고 7년이 지났다.

    올해 초 서울 교육 길에 언니를 만났다.

    3년만의 만남인가?

    갱아 가시나야...

    살아 있었나?

    여전하다.

    쉬리언니의 머리카락은 짧았으며

    호탕한 웃음과 입담.

    털털하고 여유로운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아침에 전화가 왔다.

    갱아 안동 간데이...

    어디로 오는지

    어떻게 올 것인지

    몇 시에 도착하는지

    어느 것 하나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언니가 좋아하는 안동 소주 한병들고 언니를 마중할 것이다.

     

     

    올해초에 교육을 가서 언니랑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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