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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꽃들과의 단상
    ──•▶문학의 향기/일상 속으로 2017. 6. 1. 20:35

     마른하늘에 각혈하듯  쏟아내는 비의 기세가 대단하다

    베란다 창을 두드리는 소리는 답답하게 닫아놓은 창문을 열라는 듯 고음의 두드림이다

     

     

    땅끝까지 내려앉은 먹구름에 엉겨 내리는 비가 세상을 집어 삼키며 절대 물러서지 않을 듯 하더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어색한 표정으로 햇살이 쭈빗 거린며 얼굴을 내민다

     

     

    작년초에 지금사는 아파트로 이사를 와서

    주차장외에는  걸어 나가보지 않은 놀이터와 마당으로 발을 옮겨 놓는다.

    차에서 꺼내온 카메라속으로 자박자막 발걸음 소리가 빨려들어가는 것 같다.

    아주 느린 발걸음이 여유롭게 미소짓는다.

     

     

     

    아파트 가장자리 나즈막한 가로수 사이를 걸어 들어가니 달걀꽃 개망초들이 옹기종기 앉아 이마를 맞대고 소곤거리고

    하얀 울타리에 기댄 장미가 낮잠을 즐기고...말간 마가레트 꽃이 어깨를 들썩거린다.

    눈길만 주어도 미소를 지어주는 꽃들의 미소가 고맙다.

     

    가로수 비가 지난간 자리에 보석들이 주렁주렁 열려있다.

    큰 보석 작은 보석,...보석들을 담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이 바빠진다.

     

     

    가로수끝에 다다르자 손바닥만한 텃밭들이 보인다.

    텃밭 가장자리 초대받지 않는 손님들이 방문할까 어설프게 세워놓은 초록문이 재미있다.

    텃밭과 텃밭을 사이를 가로질러 가니 산길이 보인다.

     

    사람들의 발길에 맨들해진 산길이 정겹다.

    평평하고 단조로운 산길이 여유롭다.

    산길옆에 키다리 그네가  간간히 부는 바람에 살랑살랑 몸을 움직인다.

     

     

    편안한 신발을 신고...편안한 옷을 입었으면....

    초대받지 못한 손님(모기)이  없었다면 어디가 끝인지 가봤을텐데.... 

    오랜만에 자연에 동화되어 발걸음이 가벼웠던 시간이었다.

     

     

    다시 가봐야지..그리고 현관으로 들어와 몸을 누인다.

    기분좋은 피곤함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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