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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가 아니다.
    ──•▶강의 자료방/상아의 생각하는방(안동 KBS네티즌 2006. 3. 7. 22:05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가 아니다.


    몇해동안 새벽 헬스는 다녔다. 지금은 아파트 주위가 신축 건물로 가득 차 있지만 몇 해 전만 해도 공터에 아파트만 덩그러니 자리를 잡고 있어 새벽운동을 다니는 것이 수월하지 않았다.

    남편은 인적이 더문 곳이라 새벽이슬을 밟고 운동을 다니는 것을 말리려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말리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하니 일어나는 것이 힘드니 몇일하다 말겠지 했던 것이 아닌가 했다.

    그러나 십년넘게 거의 거르지 않고 운동을 한 덕분으로 아파트에서 부지런한 새댁으로, 나에게는  일찍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헬스장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허허로움으로 삭막하기까지 했지만 눈을 설레이게 하는 풍경이 있었다. 이른 새벽 깨어나지 못한 어둠 속에서 공터를 일구는 노부부의 모습이었다. 빈터에 뒹구는 돌을 옮기고 씨를 뿌리고 힘들게 길어다 온 물을 주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성을 들였다. 동이 틀 때까지 이렇다할 말을 주고받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사이에 오고가는 따뜻한 미소가 어떠한 말이나 행동보다 잔잔한 여운으로 자리 잡고 있다. 땀 흘려 지어놓은 채소처럼 노부부의 얼굴에서 우러나오는 것은 화려하지도 넘치지도 않았지만 오래 묵은 장맛처럼 편안하게 다가왔다.

    부부란 무엇일까?

    사전 속 의미의 부부란 법률상 혼인신고를 한 남녀 또는 그 관계이다. 부부는 원칙적으로 함께 살고 공동생활을 영위해야 하는데 이것은 이혼 또는 한쪽의 사망에 의해 혼인이 소멸되기까지 계속된다. 또한 인격적. 정서적. 성적으로 관계를 맺음과 동시에 서로 보살피면서 경제생활, 사회생활을 하는 가운데 협력하는 친밀한 관계라고 명시되어 있다. 말하자면 인격적, 정서적, 성적으로 서로에게 개개인의 완전한 인격체로서 서로를 인정해주는 사이인 것이다.

    그러나 서로에게 모자라는 부분은 채워주고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야 하는 관계가 되어야 함에도 가정폭력 즉, 아내폭력 형태가 죄의식 없이 일어나는 요즈음이다.

    누구나 부부의 인연을 맺어 한번이라도 싸우지 않은 부부는 없을 것이다. 부부싸움이 단순한 것도 있을 것이지만  다른 한편 폭력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폭력으로 보지 않고 그저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속담에 맞추어 버리기가 일수이다. 하지만 아내폭력을 칼로 물 베기라고 생각하거나 가정 내의 문제이기 때문에 남이 이렇다 저렇다 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아내에 대한 가정폭력은 단순한 부부싸움이 아니며 특히 가정폭력은 피해자에게 치명적인 신체적 손상과 정신적 황폐화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가정폭력은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식으로 본질을 벗어나 버리는 실수는 없어야 할 것이다.

    지금 내 주위를 둘러보라.

    싸우는 부부의 모습이 칼로 물 베기라 하기에 정당한 것인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부부싸움의 형태가 가정을 무너뜨리고 사회를 좀먹는 범죄행위이고, 사회문제이며, 법적인 문제임을 인식해야할 것이다.

    또한 가부장적 사고와 남존여비의 사상의 영향으로 아내를 남편의 소유물로 생각해 폭력이 당연시 되고 있지나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 곁에 잠들어 있는 아내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아라.

    내 아내는 진정 나와 기대어 살고 있는 사람인지 아님 남편의 소유물로 종속적인 관계로 살고 있는지 짚어봐야 할 것이다.

    가파른 고갯길을 힘들게 오를 때 나의 손을 잡아줄 사람이 누구인가?

    그가 아내라고 생각한다면 그를 동등한 입장으로 보는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은 이제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맞추어져서는 안 될 것이며 내 아내를 내 마음대로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잘못된 통념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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