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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미토피아》, 여성이 주도하는 미래 세계
    ──•▶문학의 향기/수필 속으로 2009. 2. 13. 20:06

    여성이 주도하는 미래 사회 그려

    강인수 장편소설 《페미토피아》


    근래에 부산의 소설가 강인수 선생이 쓴 《페미토피아》가 나왔다. 미래 과학 기술 시대를 그린, 여성이 주도하는 유토피아 소설이다.

    작자가 4년 넘게 걸려 쓴 이 소설은 미래학과 과학 기술, 생태 등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바탕에 깔고 있다. 그러면서도 추리소설적 요소가 가미되어 독자를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뛰어나다.

    작자는 21세기에 시작된 디지털 시대가 같은 세기 중반에 이르자 세계 문명은 유비쿼터스 세상을 맞게 되고, 21세기 후반에 이르자 센서(Senser) 시대로 진입하게 되는 것으로 설정한다. 로봇 산업과 의약이 고도로 발달하고 레저 문화, 관광 산업이 번창하며 명상과 기도를 할 수 있는 사원도 있다. 번식과 자녀 교육과 치밀함과 섬세함을 주도하는 여성 권력 시대도 올 수 있다고 상상한다. 곧 페미토피아(Femitopia : Feminist와 Utopia의 합성어)의 출현 가능성을 점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페미토피아 공화국은 우리나라의 제주도가 새로운 지각 운동에 따라 약간 융기하여 이루어진 하일랜드(High Land)라는 섬에, 새로운 이상향을 건설하려는 젊은이들, 특히 여성의 우월성을 신봉하는 용감한 페미니스트들이 대거 들어와서, 통일 한국과 UN의 승인을 받아 건설한 나라이다. 인구 50만에 이르자 여성인 김고원순이 초대 총리가 되고 헌법을 제정한다. 총리는 ‘생명과 더불어 풍요롭고 아름답게’라는 공화국 기본 방향을 설정한다.

    3대 총리 황금뿌리에 이르러 하일랜드는 페미토피아라는 이름과 걸맞은 여성 이상국을 이룩하게 된다. 공화국 초기에 치안과 보안 업무를 여성에게 부과하여 보안요원(경찰) 70%를 여성이 담당하고 태음력을 사용하며 국방을 담당할 방위군 곧 전사도 70%를 여성으로 확충한다. 가정은 가모장(家母長) 제도를 확립하여 남자가 여자 집으로 장가를 들게 한다.

    페미토피아에서는 정식으로 결혼을 하든 계약 결혼을 하든 남성이 여성의 집으로 이사하여 사는데, 육아와 가사에 종사하는 남성 하우스키퍼가 많다. 또 혼자 살면서 아이를 둘셋씩 양육하는 싱글대디, 아이를 키우며 혼자 사는 싱글맘, 남편 없이 아이를 키우며 직장을 다니는 슈퍼맘도 많다. 이들은 자녀 양육비나 임신 수당, 출산 수당을 올려 달라며 시위를 하기도 한다. 여성들은 결혼하지 않고 로봇파트너(로봇 연인)를 구입하여 함께 살기도 한다.

    페미토피아에는 휴먼이 네 종류가 있다. 남녀가 결혼을 하여 낳은 네이처 휴먼, 정자를 제공받아 낳은 실린더 휴먼, 실제 인간과 거의 같은 모습에다 지능과 감성을 가진 휴먼로봇, 기계 장치를 유기체에 결합한 인조인간(합성 인간)인 사이보그가 그것이다. 로봇과 사이보그가 힘든 일을 대신하기도 한다.

    황금뿌리 총리는 살기 좋은 공화국을 유지하기 위해, 체제에 반대하거나 범죄를 저지른 남자를 중노동형에 처하고, 북항 건설 공사에 투입한다. 남성 숫자가 적다 보니 성적 불균형에 따른 불만이 제기되기도 하고 여성들이 남성을 납치하여 성폭행하는 사건도 가끔 일어난다.

    소설 속 이야기는, 에코페미니즘(생태여성주의) 철학을 존중하는 황금뿌리 총리가 집권한 공화국 건국 49년을 전후하여 전개된다.

    주인물인 골드미르(김룡)는 정자를 기증받아 대리모를 통해서 출생한 인물로서 남성에 대한 억압과 성폭력을 겪고 또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향촌’이라는 전통적인 이상 마을을 방문한 이후 불만을 품게 된다. 골드미르는 생물학적 아버지인 골드리버를 찾아 나서는데, 위험인물로 취급되어 북항 공사에 투입된 생물학적 아버지를 마침내 구출하는 사건이 소설의 클라이맥스다.

    유토피아 소설이 흔히 현실 문제를 비판하고 이상향을 꿈꾸듯이 이 소설도 그런 특성이 다분하다. 소설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꿈꾸면서도 여성을 남성보다 우월한 존재로 여기기 때문에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제기한다. 초과학 문명 시대를 살지만 향락과 갈등이 상존하는 사회를 은연중 비판하는 것이다. 인간의 고상한 성품과 영성을 바탕으로 하는 완전한 유토피아의 갈망을 역설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아닐까.

    100년 후 인류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토마스 모어의 저서에서 나온 말인 유토피아는 이상적인 공공 사회를 가리키지만, 어원상으로는 어디에도 없는, 이상 속에만 존재하는 나라이다. 조선 시대에 허균이 쓴 《홍길동전》에 율도국이 나오고 박지원이 쓴 《허생》에서도 새로운 사회를 꿈꾸듯이 작자는 이처럼 약 100년 뒤의 사회상과 인간의 삶을 상상한다.

    미래소설을 개척하여 인류의 앞날을 상상하고 느껴 보게 하며 소설 보는 재미를 제공한 이 작품의 가치는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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