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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잠을 잘 잤다고 생각했는데 머리가 지끈 거립니다. 밤새 무슨일이 일어난 것일까? 남편의 전화를 받은것이 지난 밤이었는데 자고 일어나 보니 옆지기와 닮은 아들만 엄마속으로 파고듭니다. 아들이 스스로 붙인 별명이 엄마의 껌입니다. 엄마의 껌이라는 것..
천등산 봉정사 영산암에서 오래된 기와를 집으로 옮겨왔다. 둔탁한 느낌의 질감과 작은 꽃의 어울림 화초를 정성스래 심었더니 기와속에서 봉정사의 깊은 울음이 들려오는 듯했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만물이 약동하는 계절이라지만 나에게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계절이다. 지금의 나이. 예전과는 다른 상념속으로 나를 서있게 한다. 꿈이 무엇인지... 나는 무엇인지... 그리고 누군가를 향해 설레이던 마음이 전부였던 시절. 그 시절이 계절에 맞지않는 알싸한 맛을 내며..
시간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비가 내립니다. 굵어진 빗방울 소리가 밤새 뒤척이던 잠을 앗아가 버렸습니다. 화면처럼 어둔 세상. 사람보다 먼저 비에 젖은 세상의 소리가 곤하게 잠든 호흡을 빠른 숨고르기로 깨워 나를 좌정하게 합니다. 등을 눕히는 작업이 살아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돌아가기 위한 ..
가마솥에서 금방이라도 물이 무럭무럭 날것 같다. 봉정사 사립문. 사립문이 슬그머니 열렸다. 문밖에서 아버지의 기침소리가 들려올것 같아 시선을 더 이상 옮길수가 없었다. 항아리속에서 우렁각시라도 나올것 같았지만... 맛나게 익은 김치가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로 바뀌었다. 옹기종기 모여앉은 ..
찰밥에 취나물, 고사리.. 의성에서 오신 문인은 찰밥에 취나물, 고사리를 정성스레 장만해 농촌의 정을 담아왔다. 시인은 과일속에서도 시를 빚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에서 안동을 찾아온 시인은 과일위에 개나리를 버무려 시를 빚어내었다. 오렌지보다 더 상큼한 맛이 글속에서 느껴졌다. 청소기..
아이가 다니는 학교.... 큰길 쪽으로 나가보면 길 귀퉁이 허름한 간판을 눌러선 채 옛날 물건 곳곳이 박혀 있는 골동품 가게가 있다. 말이 골동품이지 대부분이 고물에 가까운 물건들이지만 그속에는 옛사람들의 애환과 향취가 그대로 베어있는 것 같아 가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눈으로 품앗이를 한다...
봉정사 청매화 봉정사 청매화..두업자리 돌담모퉁이 청매화 만개를 기다리던 아버지의 기억을 더듬는다. 영산암의 청매화 해우소 앞의 청매화. 파란빛을 내며 꽃피울 날을 기다리고 있다. 곧 찢어지게 꽃을 피워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