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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이 텅 비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아이들이 나가자 집안이 넓어졌다. 숨쉴 겨를도 없이 집안 곳곳에 스며있던 정적이 휘돌았다. 고요가 발끝에 숨어들었다. 고요에 짓눌려 부엌에서 큰방으로 다시 베란다로 서성거리다 쇼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몸에 감긴 태엽이 느슨해져 한없이 늘어졌다. 하루..
귀를 간지럽히는 소리에 눈을 떴다. 한참을 잔것 같은데 새벽은 찾아오지 않았다. 습관처럼 밤은 묵직한 이불처럼 턱밑에서 나를 할퀴고 지나간다. 공기가 답답할만큼 보일러를 올렸지만 한쪽 어깨가 시리다.
하루가 길었다. 생각의 시간은 짧았다. 이제야 혼자만의 공간 틈새를 비집고 몸을 웅크렸다. 새우처럼 웅크려 있을때가 편안할 때도 있구나. 열살... 그날도 나는 앉은뱅이 책상아래 몸을 웅크렸다. 밥도 싫다. 과자도 싫다. 엄마도 싫다.... 한참을 울고서야 나는 알았다. 슬픔이 있어야 도깨비 뿔처럼 ..
드라이브 " 여보소 여보소 일어나 보소" 옆지기 드라이브 가자 곤히 자는 사람을 깨웁니다. 눈꺼풀이 천근 만근이라 눈뜨기도 힘들구만. 일어나 시계 바늘 자리가 어딘지 보노라니.. 작은 바늘은 2요 큰바늘은 12라... 새벽 2시... 싫다하면 나가자 재촉한 사람 미안할터라 마음은 집에두고 몸은 현관을 빠..
춤바람손끝에서 멀어지는 산드랗게 먼하늘... 평화롭다. 그것도 잠시 소란스럽게 전화벨이 울린다. 사람이 있어 전화벨처럼 보채듯 울어대면 미움보다 급한 성격을 탓하다 제풀에 꺽여버리는 미약함에 이내 애처러운 마음이 앞설 것이다. 시골에서 걸려온 시어머님의 전화이다. 며느리의 안부보다 자..
어둠이 찾아 들었다 침묵도 찾아들었다. 밤은 어둠을, 어둠은 침묵을 침묵은 그림자 마저도 삼켜버린다. 그림자가 빗겨간 자리 그리움 하나 찾아 들었다. 내가 세상을 살면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부터 잦아지는 그리움이 다가선다면 맞 닿아진 순간을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살기를 희망하기 때문..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차고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에 진전이 없을때 문 두드리는 소리는 아스피린처럼 머리속을 환하게 한다 입속에서 알싸하게 단맛이 감돈다. 쓴맛을 달게 느끼는 것은 입가를 흔드는 미소가 달기 때문일게다. 차 한잔의 여유속으로 들어간다. 함께 차한잔 마실수 있..
아들의 1년동안 1학년6반이라는 이름표를 부여 받았다. 4년전에 누나의 이름표처럼 ... 꼭 닫힌 교실속으로 아들은 세상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아들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네. "34. 황장현"은 아들의 신발 주차장이다. 나뭇잎같은 발이 어느새 저만큼 자랄을까? 오늘만큼은 대견스러운 나의 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