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웃* 아파트 마당은 고즈넉했다. 마당 한 귀퉁이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나무 벤치에 걸터앉았다. 나무마다 잎들이 짙게 물들어 있었다. 손으로 툭 쳤더니 나뭇잎들이 우수수 날렸다. 머리와 어깨에 떨어진 낙엽 몇 장을 책갈피 사이에 끼우고 있으려니, 잠이 덜 깬 얼굴로 앞 동 새댁이 허청허청 발걸..
지난해 엷은 꽃물을 머금고 있던 호접난. 봄보다 먼저 베란다 창가에 긴 목대를 내밀어 나무들의 진한 초록을 지키고 있겠지. 아파트 베란다 겨우내 찬바람에도 미동도 않더니....어느새 푸른잎들을 잘 지켜왔노라 아우성을 친다. 누구에게나 힘든 시간들이 지나면 봄은 어김없이 찾아 드는 것. 사람도..
* 아싹 아싹 아픔은 가시고... * 가을이 깊어가는 밤은 산드레 바람을 몰고간다. 산을 깍아 만든 아파트는 화려한 불빛과 네온사인이 흐늑하게 흔들리고 신시가지는 풀벌레 울음을 동냥하듯 가을을 재촉한다. 더운밤을 잘 지냈느냐 인사말처럼 건내던 이웃은 어느새 긴 셔츠를 걸치고 도도리 장단처럼 ..
오늘은 아들녀석 초등학교 입학식날이다. 거실 벽시계가 8시를 가리키고 있지만 아들은 이불속에 숨어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것이 습관이 되지 않은 아이는 이불을 돌돌말아 고치처럼 침대 구석으로 몸을 웅크리고 엄마를 불러들인다. "꿈틀아 일어나야지" 아들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고서야 아..
엄마와 딸 머뭇거리다 문을 열었다. 곰팡내 나는 골방에서 흐느끼고 있는 나를 보았다. 입이 바싹 말라 엄마를 애타게 불러도 엄마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퀴퀴한 방에 갇혀 겁에 질린 나와 일그러진 엄마의 얼굴이 눈에 들어서는 순간, 꿈과 현실 사이에서 질주하는 기차소리가 이명현상으로 다..
상아찾기...
누군지 알수 없는 사람에게서 사진한장이 왔다. 내가 잊고 지낸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것이 행복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지금 내가 가진 현실이라는 공간을 사랑하기 때문은 아닐까?
상처받은 꽃에서는 향기가 난다 했던가? 상처받은 나뭇잎에선 소리만 나를 밀어내더라